국내 증시가 순환매 장세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한동안 낙폭이 큰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주도주 사라진 증시, 4월 CPI ‘촉각’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업종을 모은 ‘KRX 반도체지수’는 최근 1개월(4월 12일~5월 13일)간 4.65% 하락했다. 이 기간 KRX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0.71% 올라 전달 낙폭을 회복했다.올 1분기 증시를 주도한 반도체 상승폭이 둔화한 가운데 소외 업종 중심으로 순환매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1~3월) KRX 반도체 지수는 17.43% 올라 KRX 업종 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였다. ‘KRX 자동차’, ‘KRX 정보기술’도 각각 5.88%, 8.74% 올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반도체 지수는 물론 KRX 자동차(-2.69%), KRX 정보기술(-2.32%) 지수 모두 약세다.
반면 1분기 동안 오르지 못한 업종은 최근 한 달 사이 강세를 보였다. ‘KRX 운송’ 지수는 1분기 동안 10.89% 하락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6.01% 상승했다. 음식료·화장품 업종이 포함된 ‘KRX 필수소비재’ 지수 역시 1분기 동안 6.99% 하락했지만 최근 한 달간 11.29% 급등했다.
주도주 없는 순환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15일 발표되는 미국 4월 CPI와 22일 나오는 엔비디아 실적이 증시 흐름을 가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4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들어 CPI 상승률은 1월 3.1%, 2월 3.2%, 3월 3.5%로 점차 상승하고 있다. 미국 고물가가 지속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CPI가 예상보다 높으면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0일 발표된 3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해 월가 예상치(3.4%)를 웃돌았다. 이후 국내외 증시는 지난달 중순까지 약세를 보였다.
다만 CPI가 예상보다 높더라도 영향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CPI 발표 이후 증시는 충격을 대부분 소화했다”고 했다.
실적 개선됐지만 못 오른 종목 주목
증권가에서는 순환매 장세에 대응하려면 실적 전망이 개선되면서, 상승세가 뚜렷하지 못한 업종 및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순환매에 대응할 소외 종목으로 셀트리온, HMM, 넷마블, 한화솔루션을 선정했다. 셀트리온은 신약 ‘짐펜트라’의 미국 출시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6388억원으로 최근 한 달 새 4.8%가량 상향됐다. 반면 주가는 연초 이후 17.5% 넘게 내려간 상태다.HMM은 해상 운임이 상승하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혔다.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2979억원으로 예상돼 최근 3개월 사이 23% 상향됐다. 넷마블은 최근 하이브 지분 매각과 더불어 신작 발표로 실적 반등을 기대할 요소가 큰 점이 추천 배경으로 꼽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