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인프라의 질적 발전을 위한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고 개괄적인 ATS 운영안을 발표했다. 거래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인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공통으로 운영하는 정규 거래시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오전 8시 50분)과 애프터 마켓(오후 3시30분~오후 8시)을 추가 운영한다.
당국은 직장인도 퇴근 후 편하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막상 투자자들 반응은 신통치 않다. 테마주와 저가주 중심의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 전략을 펴는 이들이 많은 만큼 피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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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주식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주제로 올라온 글에서는 비관론이 압도적이다. 어느 데이트레이딩 전문 투자자는 "지금도 피곤한데 굳이 시간을 늘려야 하는가"라며 "주식시장도 코인판처럼 되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시간이 늘어진다고 주식 거래가 더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냐"며 "국내 주식을 발목잡는 이유들을 해소해 줘야지 시간만 늘리는 조치는 큰 의미 없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2016년 8월 1일부터 종전 오후 3시까지이던 장 마감 시간을 3시30분으로 확대했지만, 해당 한 달 거래량(78억주)은 전년 같은 달(84억주) 대비 오히려 6.7% 줄었다. 시행일 기준 연간으로 봐도 전년보다 17% 넘게 감소하는 등 효과는 없었다.
다른 투자자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던 '시간 늘리기'에 힘 쏟을 시간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부터 결론 내라", "3시반 이후로는 강제로라도 쉬었는데 이젠 잠 못자고 주식차트 보게 되겠네…투자자들을 점점 사지로 몰지 않을까" 등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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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반기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투자자는 "미국 시간외(프리·에프터마켓) 거래와 겹치기 때문에 미장을 살펴가면서 국내 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국내 증시와 미장이 커플링되고 있는 만큼 더 긴밀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스플릿인베스트 대표는 "낮에만 문을 열던 편의점이 밤에도 영업하겠다고 발표하는 격인데 불평할 이유가 있나"라며 "변화가 싫으면 기존 시간 안에서 매매하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가령 오후 4시 실적 발표를 하고 4시30분 콘퍼런스콜 질답을 통해 실적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하면, 현행대로라면 다음 날 개장 때 주가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숫자가 오해될 일은 적다. 밤 사이 수치를 해석할 시간을 충분히 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대체거래소가 열리면 콘퍼런스콜이 열리기 전까지 30분~1시간가량은 주가 변동성이 극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시간 연장은 예상치 못한 애로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 차라리 대체거래소가 다른 영역에서 차별화를 뒀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이왕 늘리기로 한 만큼 변수가 없도록 초기 과도기 대응에 더 힘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량이 낮은 증권상품을 악용하는 사례도 더 많아질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법을 개정해 거래 수요가 큰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매매도 허용할 예정이다. 개별 주식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중대형주들로 거래가 제한된 반면, ETF와 ETN은 현재로선 전 종목이 매매 대상이다. 거래량이 한두 주 수준으로 극미한 상품의 경우 연기금·공제회 등이 사고 팔기만 해도 주가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다.
여의도 야경도 더 환해질 전망이다. 매매 호가를 꾸준히 대야하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해야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늘어난 업무시간에 맞춰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어서다. 기존 해외주식 야간데스크를 운영해 온 증권사들은 교대 근무시간을 더 촘촘히 하든가, 그렇지 않은 증권사들은 직원을 추가 고용해 오전·오후 추가 업무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직원은 "출퇴근 시간 변동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주식거래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고 하면 관계 직원들은 개장보다는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장 마감보다는 그만큼 더 늦게 퇴근해야 한다. 추가 채용을 한 뒤 근무시간 재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돈 넥스트레이드 경영전략본부장은 "어차피 12시간 주식거래를 연다고 해서 12시간 내내 거래를 하는 이들은 없지 않느냐"면서 "퇴근 이후로도 주식거래가 용이해졌다는 점에 주목해 주면 될 것 같다. 한국거래소와 겹치지 않는 시간대는 유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호가도 보수적으로 잡고 변동성 제한장치도 상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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