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전자상거래 경쟁 '2라운드'

입력 2024-05-15 17:51   수정 2024-05-16 00:07

요즘 언론에서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위기를 자주 언급한다. 최근 1년 동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산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직구한 수입품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시장점유율 상위사 몇 곳을 제외하면 산업 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가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의 자국 진입을 억제하고 저지해주는 등의 보호를 받으며 중국 내에서 성장했다. 초기 모델에서는 이베이차이나와 경쟁했으나 곧 시장을 장악하면서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행보를 벤치마킹했다. 2010년대에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비슷한 전략을 많이 구사했다. 아마존이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커머스 플랫폼이 된 것처럼, 이 시기 알리바바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가 될 만한 기업의 지분을 매입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국가별로 시장점유율 상위 3개사 커머스 플랫폼 중에는 알리바바가 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반면 C2G(China to Global)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C2G는 본격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오랫동안 알리바바는 중국 소비자의 해외 직구를 도와주는 G2C(Global to China)에 주력했다. 알리바바의 해외 구매 물류창고 서비스인 차이냐오도 이 정책에 연동됐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선진국 쪽 수출이 여의찮아졌다. 그러자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상품을 너도나도 소위 ‘밀어내기’ 방식으로 수출하면서 C2G가 본격화했다. 테무는 이 시기 설립된 후발주자로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플랫폼이다.

한국 플랫폼은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저가 공세에 힘들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싸게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으니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해외 저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상품을 구매할 때 꼭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바로 품질관리 문제다. 국내에서 판매·유통되는 상품은 품질 인증을 거치고 표준에 부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해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해외 기준으로 품질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고 구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 유통되는 상품의 품질에는 책임지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말고 일본의 커머스 플랫폼 라쿠텐도 국내에 상륙했다. 최근 일본 엔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일본 제품 역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거나, 국내 제품을 해외에 파는 국경 간 커머스 플랫폼은 현재 대세라고 부를 만한 강자가 없다. 따라서 커머스 플랫폼들은 비즈니스 초기에 가격을 낮춰 경쟁자를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느려지기까지 해외 커머스 플랫폼의 저가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만약 업계 리더가 아닌 업체라면 더욱 큰 위기가 될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통적 해결책인 기업 간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M&A)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때일수록 본질로 돌아가 제품 품질에 문제없는 판매자만 거래하도록 해 플랫폼의 신뢰성을 다시 한번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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