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업계가 정부가 발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방안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배제되면서 정상 사업장이 상당수 ‘부실 우려’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최근 2년간 대주주 및 계열사 연대보증이 대거 실행된 만큼 사업장 한 곳의 문제가 다른 사업장들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치는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16일 역삼동 협회 회의실에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이 합리적·현실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13일 금융회사(PF 대주단)가 실시하는 PF 사업성 평가의 등급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 우려)의 대주단은 당국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했다. 전국 5000여 곳의 부동산 PF사업장의 옥석을 가려 정상사업장은 지원하고 부실사업장은 속도감 있게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행·시공업계 관계자들은 “그림자 규제로 인한 인허가 지연, 건축물 유형에 따른 분양 수요의 상이함, 지역별 다른 시장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평가 기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곳이 문제 사업장으로 분류됐을 때 해당 시행사가 진행하는 다른 사업장이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대보증구조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최근 2년간 PF 연대보증, 대표자 보증 등이 과도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며 “우량 사업자가 보유한 여러 사업장 중 한 곳만 정리 대상이 되도 나머지 정상 사업장이 EOD(기한이익상실)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회 이상 브리지 연장 시 유의, 최초 대출 만기도래 후 장기간(6개월) 토지매입 미완료분류 기준 자체가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인허가를 완료한 지 2년이 됐고 토지를 98% 확보했지만 한 토지주의 토지환매권 분쟁이슈로 늦어지고 있다”며 “사업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 데도 대책 발표 후 잘 협조해 오던 금융기관이 기조를 바꿨다”고 호소했다. “회복 가능한 곳을 살리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일괄 정리하자는 것”이란 성토도 이어졌다.
김승배 협회장은 “일자리 감소, 경제성장 저해, 서민경제 침체 가속화, 장기적 주택·부동산 가격 양극화 초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 시설 매출액은 2021년 5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7조9000억원으로, 이에 따른 고용유발효과는 같은 기간 51만6000명에서 26만4000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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