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 따라간다…세계 '통화정책 디커플링'

입력 2024-05-19 18:17   수정 2024-05-20 00:52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브라질과 스웨덴 등은 금리를 내렸고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예 등은 금리를 오히려 올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던 ‘통화정책 동조화’ 기조가 깨지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흥국 절반은 완화, 절반은 긴축
19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이후 주요 신흥국 22곳 중 절반인 11개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나머지 11개국은 동결하거나 인상했다.

칠레는 작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4.75%포인트 인하했다. 브라질도 작년 8월부터 이달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총 3.25%포인트 내렸다. 멕시코는 올해 3월 0.25%포인트 떨어뜨리며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했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만큼 고금리 유지 기간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고금리 장기화로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튀르키예(41.5%포인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이집트(11%포인트), 우크라이나와 장기간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8.5%포인트) 등도 작년 4월 이후 자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7개국은 최근 6~15개월간 금리를 정점 수준에서 동결하고 있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금리 인하로 미국과 정책금리가 역전된 국가는 자본 유출 문제 등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민 깊어지는 한은
선진국 통화정책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작년 9월부터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몇 달간은 이 같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목표치인 2%로 내려오지 못하고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에야 첫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했다.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진 덕분이다. 스웨덴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연 3.75%로 내렸다. 물가상승률이 4%로 여전히 높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해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각국 통화정책이 탈동조화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지만 이달에는 “기존 판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 시각도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을 경제 여건이 다른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정책 기조에 동조화하기보다는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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