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레트로(복고풍)지만, 성능은 미래에서 왔다.”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채널 ‘탑기어’의 진행자 올리 큐는 2022년 9월 독일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 현대자동차의 680마력짜리 수소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N비전 74’로 드리프트한 뒤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는 냉장고 같다”는 혹평을 쏟아내던 탑기어의 돌변에 ‘수소 슈퍼카’는 단숨에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핫 이슈’가 됐다. 이 영상은 공개 직후 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수년 안에 도로에서 만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올리 큐의 바람은 2년 뒤 현실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콘셉트카인 N비전 74를 2026년 생산하기로 해서다.
현대차가 N74를 제작하는 것은 이 차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인 ‘수소 생태계 구축’ 작업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슈퍼카를 최첨단 수소 연료전지 기술로 제작하면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다는 걸 노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분야의 리더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T카 제작은 양산화 첫 단추를 끼웠다는 의미가 있다. T카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등 각종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오류와 문제점을 해결하면 곧바로 스펙이 확정된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는 N74 개발에 나서면서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독일의 산악지형 장거리 서킷인 ‘뉘르부르크링’(총연장 20.8㎞)을 최대 출력으로 두 바퀴 이상 돌며 기존 내연기관 기반 슈퍼카가 세운 랩타임을 깨는 것도 그중 하나다.
N74의 외관 디자인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출시 후 세계 4대 디자인상(iF·IDEA·레드닷·굿디자인)을 석권한 N비전 74의 라인을 살릴 것으로 알려졌다. N비전 74는 1974년 현대차가 선보인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N74 개발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정 회장이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건넨 선물이 바로 N비전 74 모형이었다. 정 회장은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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