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이 견조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에 힘입어 2%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의 경기 호조가 이어지면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하는 제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IEP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을 21일 발표했다. KIEP가 제시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2.8%에서 6개월 만에 3.0%로 0.2%포인트 높아졌다. 내년 성장률은 3.2%로 예상했다.
KIEP는 미국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2.4%로 대폭 끌어올렸다. 양호한 고용시장과 임금 상승이 소비를 떠받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보조금 지급에 따른 민간투자도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 요인으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는 직전 전망(4.5%) 보다 0.3%포인트 높은 4.8% 성장이 예상됐다. 작년(5.2%)에 비해 성장세가 저조하지만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등 중국 정부의 경제안정화 정책으로 예상보다 둔화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인도는 정부와 민간 측 투자 확대에 따라 올해 6.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기존 전망 보다 0.6%포인트 높다.
일본은 완만한 내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높은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입 부문 기여도 하락으로 올해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종전 전망치 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유로 지역은 독일 경제 부진으로 기존 보다 0.4%포인트 낮은 0.7% 성장이 예상됐다.
KIEP는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리스크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공급 측면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KIEP는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현재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시 한 번 유가와 원자재 가격 파동이 나타날 경우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 재발과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가간 통화정책이 달라지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분석됐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뒤로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와 스웨덴은 이미 금리 인하에 나섰고, 유로존은 6월께 인하 확률이 높다.
KIEP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달러 강세와 자본 쏠림 심화가 지속되면 미국 내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의 추가적 압력이 발생하고 유동성 과잉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버블(거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IEP가 경제 전문가 5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Fed의 최초 금리 인하 시점이 '9월'이라고 답한 사람은 총 18명(약 33%)으로 가장 많았다. 12월(25%)과 11월(13%), 8월(9%)이 뒤를 이었다. KIEP는 "미국이 올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경기 호조가 내년까지 지속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아 내년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가 세계 각국의 '선거의 해'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인도 멕시코 등 주요국 선거 결과에 따라 대중영합주의적(포퓰리즘) 경제정책이 도입될 경우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진단이다.
KIEP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다시 한 번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대중(對中) 관세 추가 인상에 그치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여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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