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정말 이 가격?" 입소문에 우르르…LG전자 '신기록'

입력 2024-05-29 07:00   수정 2024-05-29 09:12


서울에 거주 중인 1인 가구 박모 씨는 이직과 함께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의류관리기 렌탈(구독)을 고려하고 있다. 무주택자로 전세살이 하는 만큼 덩치 큰 가전제품을 사는 대신 약정 기간만 이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다시 서울로 이사하면 집이 좁아질 수도 있어 가전제품을 구입하기는 부담스럽다. 알아보니 제휴카드 결제 혜택을 받으면 4년 계약 시 월 3만원대(첫 해 기준)로 이용할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씨와 같은 수요가 늘면서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 실적이 우상향 추세다. 정수기로 시작한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지난해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과 TV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상품군을 본격 확대하면서 소비 침체 속에서도 매출이 고성장했다.

29일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 회사 구독 사업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71.9% 급증한 3456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9629억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보다 31.1% 늘어난 데 이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탈사업 시작 후 꾸준히 구독 품목을 다양화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생활가전에 이어 대형 가전과 TV, 노트북 등으로 품목과 서비스를 확장했다. 여기에 제품 관리와 세제·신선식품 정기배송 등 가사 서비스까지 연계했다. 그 결과 품목 다변화에 나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업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6.9%에 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구독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도 25% 넘게 늘어난 수치"라며 "지난해 하반기 렌탈과 구독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며 본격화한 구독 사업이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다"고 자평했다.

가전업계 안팎에서는 3고(금리·물가·환율)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고가 대형 가전 구입 수요가 줄고 렌탈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형 가전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구독 기간 애프터서비스(AS) 등 제품 관리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1분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LG전자 구독 서비스는 올해 첫 조 단위 매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LG전자 구독·렌탈 서비스의 수익성은 H&A 평균 수익성(1분기 영업이익률 10.9%)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가전 구독서비스나 TV의 웹(Web)OS 같이 수익성 높은 서비스 매출 비중 확대가 긍정적"이라며 "구독서비스와 온라인, 신가전, 볼륨존 모델(준프리미엄) 등 확장 전략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구독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SK매직과의 렌탈 사업 협력을 종료했다. 현재로서는 자체 가전 구독 서비스는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달 인공지능(AI) 가전 신제품 론칭 행사에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구독 서비스 준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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