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뷰'에 호텔급 헬스케어…보증금 3000만원에 살 수 있다?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입력 2024-05-30 07:00   수정 2024-05-30 07:45

"단지 뒤로 천천히 오르다보면 20분쯤 후에 북한산 둘레길이 나와요. 일주일에 한 두번씩만 다니는데도 이전보다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바로 앞엔 북악산이 있어요. 이곳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KB골든라이프케어평창카운티(이하 평창카운티)에서 만난 입주민 김 모 씨(80)에게 주거 환경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10년 넘게 살던 예전 집보다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고 자랑했다.



단지 주변엔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미술아카이브 모음동과프로젝트 스페이스 미음 미술관 등이 둘러싸고 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은퇴 세대에겐 최적의 입지다. 평창카운티는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 단지는 KB골든라이프케어가 지난 7년간 쌓아온 시니어 케어 노하우를 집약해 지난해 말 처음 선보인 노인복지주택이다. 노인복지주택은 노령 환자의 돌봄을 강조하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달리 60세 이상의 독립된 주거생활을 돕는 시설이다. 입주 6개월을 맞은 평창카운티를 지난 24일 다녀왔다.
'80대'가 주요 입주자
평창카운티는 164실 규모로 지어졌다. 입주 계약 공고를 한지 4개월여 만에 전체 정원의 4분의 1이 입주했거나 입주 계약을 맺었다. 특별한 대규모 광고와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입소문을 통한 노령층의 입주문의가 상당하다. 한달 평균 4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곳의 입주 자격은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의 노령층'이다. 60대 이상이면 사실상 입주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곳 관계자로부터 현재 입주자 평균 연령이 83세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60·70대 입주자도 드문 편이다.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운영관리본부장은 "평창카운티가 다른 실버복지주택과 큰 차이점은 평균연령이 훨씬 높다는 점"이라며 "90대도 입주해 계신다"고 설명했다. 평창카운티는 나이로 입주를 구분짓기보다는 노령층 가운데 자립생활이 가능하면서도 필요할 때 누군가의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노인복지주택에 들어와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60대라도 지병이 있을 수 있고, 80대여도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은 "실제로 60대는 여전히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이른바 '액티브시니어'여서 이런 주거시설보단 일반 주택에서 생활하길 더 원한다"며 "그들보다는 좀 더 나이가 들어 홀로 활동적으로 살긴 힘들고 어느 정도 건강관리를 받으며 살아야 할 70~80대 후기 고령자가 핵심 타깃"이라고 덧붙였다.

복잡함을 자랑하기보단 '단순함'에 초점
평창카운티는 1인부터 2인까지 생활이 가능한 주거 시설로 구성됐다. 전용면적 34㎡부터 별도의 침실을 둔 전용 66㎡까지 총 8개 서로다른 크기와 구조로 설계된 방이 층마다 동일하게 마련돼 있다. 이날 평창카운티에서 앉아보고 만져보고 누워보면서 느낀 첫번째 특징은 '단순화'였다.

엄청나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보다는 조명부터 건물 외벽 및 벽지 색깔까지 시니어 세대가 선호할 만한 은은하고 따뜻한 베이지색을 메인 컬러톤으로 채택했다. 지난 12월에 문을 연 신축 노인복지주택임에도 지나치게 눈부시거나 반짝이지 않았다. 필요한 시설만 딱 알맞게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 1층엔 전용 구내식당이 있고 맞은편엔 입주자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센터가 있다. 헬스센터엔 상주하는 헬스 트레이너가 시니어 세대의 체력이나 신체 상황에 맞는 건강운동을 지도한다.



바로 옆엔 마사지를 받거나 안마의자 등이 구비된 헬스케어실이 있고, 남녀 사우나실도 갖춰져 있다. 또 같은 층에 여러 입주자가 모여 회의나 간담회, 소모임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강당과 회의실, 매일 2시마다 상영하는 미니 영화관도 갖춰져 있다. 화려한 시설을 여러개 자랑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시설만 들여놓았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지 않고 지하 한 개 층에서 모두 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대한 단순화한 게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인지 누구든 단지 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건강과 관련해선 '세심함'이 집약
노인복지주택의 핵심 중 하나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다. 평창카운티는 24시간 긴급상황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각 실에는 침실, 거실, 욕실 등 총 3곳에 동작감지센서를 설치했다. 만약 입주자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이 센서가 이를 파악해 곧바로 헬스케어실에 있는 전담 간호사들에게 경고메시지가 전달되고, 동시에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상주 직원이 해당 입주자에게 달려가 응급조치 및 병원이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침대 위엔 건강 모니터링 센서를 설치해 호흡과 혈압을 측정할수 있다. 유 본부장은 "호흡 등 이른바 바이탈 신호라는게 다 이상징후를 예측하는 단서인데 신체 사이클이 많이 떨어져 있는 입주민이 있다면 즉시 체크가 가능해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눈에 띄었던 것은 저상 욕조였다. 움직임이 둔한 노인이 욕실 욕조에서 쉽게 욕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욕조 벽을 바닥수준으로 낮췄다. 욕조 자재 역시 딱딱한 일반 욕조와 달리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갈 정도로 푹신푹신한 특수소재로 만들어 혹여 넘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대학병원 복도 수준으로 설계한 광폭 복도는 위급 상황시 응급 수송을 할 수 있는 이송용 침대도 손쉽게 드나들 수 있다. 층마다 구비된 분리수거실, 입주자 스스로 호출을 요청할 수 있는 호출벨 등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입주자 박 모 씨는 "지하 사우나실에 가기 번거로워 방에서 자주 목욕을 하는데 욕실에 들어가 앉고 일어서는 게 예전 집보다 훨씬 쉽다"며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평창카운티는 건물을 'ㄷ'자 구조로 지었다. 어느 위치에 입주하더라도 밝은 채광을 누릴 수 있도록 방을 배치했다. 입주자가 잘 선호하지 않는 북향 방도 채광을 위해 뒷 건물과의 간격을 넓게 뒀고, 건물 뒤엔 인공 폭포를 설치해 마치 숲 속 계곡에 와 있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
3대 대학병원까지 30분 이내, 3000만원대 초저가 보증금
입주자 다수가 고령자인 만큼 주요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한다. 때문에 대학병원과 거리도 노인복지주택의 주요 선택 요소다. 일부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일부러 병원 근처에 짓기도 한다. 실제로 평창카운티에서 이날 오후 2시께 직접 차를 타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해 봤다. 서울대병원까지는 30분, 세브란스병원까지는 35분, 강북삼성병원까지는 22분이 걸렸다. 김인우 운영관리팀 매니저는 "서울대병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오가는 지방 거주자의 문의가 많고 실제로 계약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며 "서울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대학병원 근접성은 자랑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거주를 희망하는 노령층과 또 그들의 자식에게 시설과 서비스 만큼이나 주요한 부분은 바로 비용이다. KB라이프케어는 노인복지주택은 비싸다는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비용을 다양화했다. 일반 아파트 매매(5억~9억원)가 못지 않는 보증금을 내야하는 여타 노인복지시설과 달리 평창카운티는 최소 3000만원만 보증금으로 내도 입주가 가능하다. 다만 타입별로 월 이용료는 천차만별이다. 1인 기준으로 전용 34㎡ 타입에 보증금 3000만원을 내고 입주하면 월세 179만원, 공동관리비 111만원, 월 60식 식사 등을 포함해 총 350만원을 내야 한다. 전용 66㎡ 타입을 선택하면 월 이용료는 489만원이 든다. 반면 목돈을 가진 노령 입주자의 경우는 월 이용료가 크게 낮아진다. 보증금으로 3억3000만원을 내면 전용 34㎡타입 이용료는 245만원, 전용 66㎡ 타입은 384만원을 내면 된다.



부부가 함께 입주하면 훨씬 유리하다. 전용 34㎡에 2인이 입주할 경우 보증금 3억3000만원을 낼 경우 월 이용료는 333만원이다. 1인당 166만원 정도다. 일본 주요 노인복지주택 1인 생활비(130만~150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유 본부장은 "살던 집을 처분하고 이곳에서 계속 살 생각으로 들어오는 분들이라 비용적인 부분보다는 편의성과 건강을 고려한 입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며 "중산층 이상이 대상이지만 보증금 3000만원으로 입주가 가능한 시설로는 경쟁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합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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