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9일 09: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법위반 사건에 관하여는 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및 처분에 대한 대한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최근 이와 관련된 형사사건에 대하여 대응할 필요가 늘어나고 있다. 공정위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형사고발권을 행사하는 경향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검찰에서 과거와는 달리 공정위에서 고발된 사건에 한하지 않고 그 범위를 넓혀서 적극적으로 수사를 전개해 나가는 것도 그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한편 공정위가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발을 하여야 하도록 규정(공정거래법 제129조 제3항, 제4항)되어 있는데, 이 또한 공정거래 형사사건 증가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 형사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형사사건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형사절차는 형벌을 부과하는 절차라고 요약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형사절차는 민사절차에 비하여 인권을 보장하고 적법한 절차를 강조하는 많은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을 경우에는 행위의 실제 내용이 설령 유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죄를 선고해서 형벌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리고 유죄를 증명하는 정도도 단순히 유죄일 가능성이 높은 정도로는 부족하고, 유죄가 아닐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정도(통상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라고 표현된다)에 이를 것을 요한다. 그래서 형사절차를 관통하는 원칙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판단해야 하는 원칙도 존재한다. 공정거래 형사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형사법적인 여러 원칙과 절차들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형사절차에서 유죄의 증명은 엄격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증거를 수집할 수는 없고,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서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압수수색의 범위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이라야만 하고, 압수수색을 할 장소나, 압수할 물건도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는데,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사실과 압수수색을 할 장소, 압수할 물건 등은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압수수색을 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이러한 제한을 위반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그와 같이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통상 이를 ‘증거능력이 없다’고 표현하고 있다).
압수수색영장에서 기재되어야 하는 범죄혐의사실은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넘는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하였다’는 혐의에 대하여 압수수색을 하면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임원들에 대한 상여금을 반환받는 방법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자료를 발견하여 이를 압수수색한 경우, 두번째의 자료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이다.
형사절차에서는 그 밖에도 압수수색절차에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범죄사실의 요지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으면 구속할 수 없는 등 여러 내용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른바 미란다원칙(Miranda rights)이란 것이 있는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심문하기에 앞서 묵비권, 진술거부권, 변호인선임권 등을 반드시 알려주어야 하고, 이를 빠뜨린 때에는 체포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자백의 증거능력도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되고 있는데, 그만큼 형사절차에서 절차적 적법성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형사절차에서는 검찰이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인데, 공정거래 형사사건에서 절차적 적법성과 관련해서 문제되는 것 중 하나로는,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공정위에 영치된 서류가 형사소송에서 그대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조사이기 때문에 형사절차에서와 같은 엄격한 증거수집방법을 거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하여 영치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이 확보된 영치자료들이 법원에 의하여 발부된 압수수색영장과 같은 엄격한 증거수집방법을 전제로 하는 형사절차에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고, 학계에서는 공정위 영치자료를 형사절차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와 제한된 범위에서만 인정된다는 견해가 있다. 현재 이 문제에 관해서 법원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건들이 있기 때문에 향후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관해서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공정거래 형사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공정거래법위반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형법 등 다른 법률에서 정한 죄에도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상의 입찰담합죄(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하는 행위는 형법상 입찰방해죄(형법 제315조)에도 해당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9호, 제2항) 또는 사익편취행위(공정거래법 제47조)는 형법상의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기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모두 기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어느 하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반드시 유죄로 되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대응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밖에도 공정거래 형사사건과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행정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에는 이를 담당하는 법원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 때 어느 절차가 먼저 진행되고 그 진행내용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대응방법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공정거래 형사사건에서 문제되었던 쟁점으로는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행위가 형사상 증거인멸죄가 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가 있다. 공정위 조사에 앞서 회사의 컴퓨터 자료를 삭제하여 조사방해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사안에 대하여 같은 이유로 증거인멸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증거인멸죄는 ‘형사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여 증거인멸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공정거래 형사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 압수수색의 대상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의 압수수색절차 참여 등 방어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소가 된 이후에는 공정거래관련 법령을 충실하게 분석하고 법령의 최종 해석권을 가진 대법원과 공정위 또는 검찰이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의 사실관계를 꼼꼼하고 면밀하게 분석해서 주장과 증명을 통해서 충실한 변론과 방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시하는 증거가 형사법적인 엄격한 증거능력을 갖추었는지도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양형사유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적절하게 수집하여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i>*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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