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9일 15: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신세계건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 수혈과 재무지표 개선 효과를 모두 누리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사들도 부채자본시장(DCM) '빅딜'에 만족하고 있는 분위기다.
SK인천석유화학 넘는 역대 최대 규모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승인을 의결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3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다. 금리는 연 7.078%로 책정됐다. 콜옵션을 시행하지 않으면 2.5%포인트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붙었다.이번 신종자본증권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인수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회사인 이마트가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해 신용도를 보강했다. 신세계건설의 신용도(A-)가 아닌 이마트의 신용도(AA-)가 책정됐다. 대신 이마트는 향후 상환자금이 부족하면 자금을 대여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발행 규모도 ‘역대급’이다. 총 6500억원 목표액 발행이 마무리되면 SK인천석유화학이 2019년 발행한 6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신세계건설은 그동안 신세계 그룹의 취약점으로 꼽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건설사로 평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 규모는 전년 대비 500억원 늘어난 2500억원 수준이다.
실적과 재무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 18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807% 수준이다. 신용도도 내림세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올해 3월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됐다.
"이마트가 강한 지원 의지 내비친 것"
IB 업계에서는 신세계건설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유동성 확보 △재무지표 개선 △모회사 지원 의지 표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총 65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면서 숨통이 다소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건설은 오랜 기간 자금시장에서 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용도 하향 이슈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대신 사모채 시장에서 급한 불을 껐다. 올해 들어서만 연 7.5~7.7%대 금리로 총 1500억원을 사모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을 피할 수 있는 사모채 시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수혈과 동시에 자본 확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와 달리 재무지표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후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20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자금보충 약정을 통해 모회사 이마트의 지원 의지를 채권시장에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신세계건설은 조기상환권 발동 전까지 6500억원의 유동성 여유를 확보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이마트·스타필드 확대 과정에서 신세계건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뚜렷한 지원 의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도 ‘빅딜’ 체결을 통해 발행사와 주관사가 ‘윈윈’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증권사들이 신세계건설과 이마트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DCM 시장에서 오랜 기간 이마트와 긴말한 관계를 유지한 게 적중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이마트의 공모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쏠쏠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수수료뿐 아니라 ‘캐리운용(채권 보유를 통한 이자수익)’ 수익도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AA-급 신용도에 연 7%대 이자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측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하는 대신 자체 북(Book·운용한도)에 담을 방침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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