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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핫이슈는 몇 개월째 모리빌딩의 신작, 아자부다이힐스다. 그 안에 속속 둥지를 튼 여러 레스토랑이 있지만 2009년부터 혁신적인 프렌치 다이닝을 선보여온 ‘플로릴레주(Florilege)’는 단연 돋보인다. 공식 오픈 전 찾아간 플로릴레주는 요리 외에도 다양한 시선으로 영감을 주는 가와테 히로야스 셰프의 세 번째 역작이다.
요즘 일본 내에서 트렌드가 된 ‘주인장의 정찬(Table d’hte)’ 스타일의 새로운 공간 구성이 먼저 눈에 띈다. 채소 베이스의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고기나 생선의 비중을 줄인 코스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변화다. 특히 메인에서 고기와 채소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래전부터 코스와 곁들이는 와인 페어링과 함께 논알코올 페어링을 운영했는데 그 완성도가 여느 노르딕 퀴진의 그것들을 능가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확실히 손님 앞에 놓이는 접시만이 아닌 그 시간을 채우는 오감의 만족도에 세심한 정성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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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테 셰프는 2009년 처음 자신의 이름을 셰프로 내걸고 플로릴레주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다. 플로릴레주에서 처음 식사를 한 것은 가이엔마에역 부근에 있던 두 번째 공간에서였다. 오픈 주방을 둘러싼 바 좌석이 마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을 사각형으로 매만진 것처럼 층 간의 높이차로 주방의 퍼포먼스를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가와테 셰프가 하염없이 불 앞에서 고기를 굽는 뒷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출판된 <고기굽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쓸 만큼 육류를 굽는 섬세한 스킬에 능한 셰프다. 비단 소고기뿐 아니라 이번 코스에서 만난 사슴 고기라든가 오리 고기를 익히는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거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지켜온, 그래서 얼마 전에는 미쉐린 그린 스타를 획득하기도 한 레스토랑이다. 음식에 사용하고 남은 채소들을 모아 콩소메를 뽑아 당당히 코스에 내놓고 13년이 된 출산을 많이 한 나이 든 소의 고기로 만든 카르파초가 시그니처로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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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장기인 고기 굽기는 물론 일본 로컬 채소를 대대적으로 코스 내에 포진시켰다. 채소 베이스의 외식업장이 다양하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본격적인 다이닝 레스토랑, 그것도 미쉐린 2스타에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수년간 상위권을 유지해온 레스토랑에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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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테 셰프가 평생 지켜온 프렌치 퀴진의 맥을 지켜가면서 일본에서 나는 식재료의 섬세한 맛과 질감을 살려내는 플로릴레주만의 색이 조금 더 명징해진 3.0 스테이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나이대의 손님들을 끌어올 수 있는 개성 있는 그림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와인 페어링과 논알코올 페어링의 수준 높은 감도부터 셰프와 손님이 함께 어우러져 다이닝을 즐기는 구조의 공간, 일본에서 나는 식재료와 채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스테이지는 플로릴레주가 추구하고자 하는 맛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도쿄타워가 눈앞에 펼쳐지는 아자부다이힐스의 압도적인 웅장함 속에서도 누군가의 키친에 초대받아 즐기는 풍요로운 파티 속 주인공이 되는 듯한 따스함을 만들어내는 플로릴레주에서의 디너는 도쿄의 가장 가까운 현재를 만끽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출장이나 여행 일정이 잡히면 재빨리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을 서둘러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선택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슬리퍼 차림이나 강한 향수를 뿌리는 것만은 조심해야 한다. 서로의 좌석 간격이 가까운 커뮤니티 테이블에서 음식의 향을 가리는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도쿄=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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