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명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또는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원칙적으로는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재산분할금을 665억원으로 정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 기간과 SK그룹 생성 시점, 형성 과정을 고려할 때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 측 기여가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이 노 관장과 결혼하지 않거나 혼인 관계를 지속하지 않고도 SK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했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유착 관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때 선경기업 계열사 자금이 투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그 부분에 관해 세무조사, 은행감독원 자금 출처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SK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고 사업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를 한 배경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있었을 것”이라며 “퇴임 직후에도 정치적 영향력 남아 있었고, 최 선대 회장은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의 경영 활동에 노 관장이 일부 기여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회사 주식 가치 증가에 대한 기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은) ‘자수성가형’은 배우자가 주식 가치 증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원고와 같은 ‘승계상속형’은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두 유형을) 임의로 구분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다른 재산과 구별해야 한다는 최 회장 측 주장도 “대법원 판례상 법원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분할 재산을 구분해서 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재벌가 아들과 현직 대통령 딸의 결혼에 국민적 주목을 받으며 시작된 이들의 결혼생활은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으나 노 관장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며 2018년 2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고,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42.2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주식 비율을 50%로 높였다. 2심에서는 재산분할액을 현금 2조원으로 상향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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