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의 35%인 1조 3천800억 원을 현금으로 줘야 한다는 2심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최 회장 측은 30일 판결 직후 "지나치게 편파적인 결과"라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관장 측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하고,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에 대해 깊게 고민해준 훌륭한 판결"이라는 환영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판결에 따른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 SK 이틀 연속 '급등'… 최태원·노소영 이혼 판결에 경영권 분쟁 기대감
SK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이 나온 후 SK 주가가 이틀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31일 코스피에서 SK는 오전 9시58분 기준 전날보다 3.4% 오른 16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는 전날 9.3% 급등한 바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이 뒤집힌 이유는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성공적인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기에 노 관장도 그룹의 가치 상승에 기여한 점이 있다고 봤다는 점이다. 이에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경영권 리스크가 새로 부각됐다. SK그룹은 SK㈜를 통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스퀘어·SK E&S·SKC·SK네트웍스·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일단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1조3808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지분 35%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신 최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외에도 SK케미칼(6만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1816주·0.12%) 등도 보유하고 있다.
◆ "부정행위에도 반성 없어" 최태원 질타한 법원, 노소영 '기여' 인정
항소심 법원이 결정한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은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대폭 늘어난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사 경영에 도움을 준 게 인정된다고 했고, 최 회장에 대해서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혼인 파탄의 유책 배우자"라고 보고 재산 분할과 별도로 위자료 20억 원을 인정한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고의적이고 지속적인 부정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해온 점과 노 관장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을 꼽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 이사장의 이혼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두고 최 회장이 거짓말을 했다며 질타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2014년 노소영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하고 아이도 낳게 했다, 모든 것을 내가 계획해 시켰다"고 적었지만, 재판 과정에선 신앙을 거론하며 "이혼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편지 내용은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2009년 5월부터 부정행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김 이사장이 2008년 미국에서 진행된 이혼 판결문 직업란에 최 회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원홍 씨의 투자 기업을 적었다며 부정행위는 더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혼인 관계가 지속되는 중에도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함께 공개 활동을 했던 것도 헌법상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고 노 관장의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최 회장이 김 이사장이 티앤씨재단을 설립하는 데 상당한 금액을 출연하고, 생활비 등으로 219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가 하면, 한남동 주택을 지어 무상 거주하게 한 반면 노 관장에겐 1심 재판 이후 생활비를 끊은 점은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은 2009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에 최 회장에게 받은 정신적 충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손정혜 변호사는 YTN에 "가정법원 역대 최고금액이다. 주식분할을 1조 이상 인정한 판결은 없었으며 위자료 20억원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라며 "노소영 관장의 완전한 승리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가사 사건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가볍게 여기고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면서 "부부생활 중 같이 해야 하는 정조와 협력의 의무 등을 저버리면 가중한 처벌 내릴 수 있다는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한경닷컴에 "예상했던 결과다. 원래 다른사건들과 판례는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재벌의 경우 이례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 고법 판결에서는 다른 사건들과 형평성을 맞춘 것으로 보이고 미국 등 선진국의 재산분할의 아내의 기여도를 적극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오는 8월 선고 예정인,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30억 원 규모의 위자료 청구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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