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4일 09: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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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일가의 '남매의 난'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경영권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이미 분쟁 과정에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물밑에서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다만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이사회를 장악한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는 본격적인 아워홈 경영권 매각 작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미현 씨 측에 인수 의사와 구체적인 조건까지 전달한 PEF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인 아워홈은 2년 전 매각을 추진할 때도 글로벌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KKR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추진하는 매각 작업에 남은 변수는 구 부회장과 명진 씨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이다. 아워홈은 정관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해놨다. 아워홈은 지분을 네 남매가 나눠가지고 있는 사실상 가족회사다. 다시 말해 정관에 따르면 네 남매 중 누군가가 지분을 판다면 다른 이들이 우선매수권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주가 지분을 팔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이사회 승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우선매수권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구 부회장과 명진 씨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아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의 지분을 사들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PEF와 손을 잡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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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과 PEF가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맺고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의 지분을 사들인 뒤 구 부회장은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받고, 주주 간 계약으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받는 형식의 선택지가 남아있다"며 "구 부회장과 명진 씨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관상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 측으로 등을 돌리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뒤 구 부회장도 물밑에서 PEF를 접촉했다. 크레디트스위스(현 UBS)와 BDA파트너스를 거친 IB업계 전문가 김광준 씨가 구 부회장을 도와 우군을 물색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회장과 명진 씨의 우군으로 메리츠그룹이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명진 씨의 남편이다.
다만 해당 정관 자체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해당 정관은 상법의 범위를 벗어나 주주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추후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세 자매가 2021년 맺은 의결권 공동 행사 협약을 깬 미현 씨가 최대 12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아니다. 올초 구 부회장은 협약에 따라 미현 씨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안 소송에서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다툴 여지는 있지만 경영권과는 무관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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