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업종별 유연화 시급한데 '획일화 대못' 박자니

입력 2024-06-03 17:41  

양대 노총이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 금지’ 입법을 요구했다. 최저임금법의 업종별 차별 적용(제4조 1항), 수습 노동자 감액 적용(제5조 2항), 장애인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제7조) 조항이 ‘차별’이라며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차등 적용’ 도입이 내년 최저임금 심의의 쟁점으로 부상하자 총력 저지에 나선 모습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두고 민노총 위원장은 “자본의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의 발판”이라고 비난했고, 한노총 위원장은 “밀어붙인다면 파국”이라고 위협했다. 획일적 최저임금이 대량해고를 부르고만 역설을 외면한 시대착오적 투쟁이다.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1.6%나 급등하자 사업주들은 자동화·무인화로 대처했고, 그 결과 저숙련 근로자가 대거 노동시장 바깥으로 내몰렸다. 숙박·식음료 자영업자 중 ‘나 홀로 사장’ 비중이 2018년 46.3%에서 지난해 50.6%로 증가한 사실이 잘 보여준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도 지난해 301만 명으로 급증했다. 5인 미만 사업체에선 소속 근로자의 절반(49.4%)이 최저임금 미만으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2013~2023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97.9%로 물가상승률(20.0%)의 4.9배에 달한 결과다. 이제 한국의 최저임금은 일본, 대만보다 20~30% 높아 아시아에서 압도적 1위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에서도 한계에 봉착한 노동시장 수용성이 잘 확인된다. 수도·하수 폐기업의 미만율은 1.9%로 낮지만 농림어업, 숙박·음식점업은 43.1%와 37.3%에 달한다. 돌봄서비스 업종(가사·육아도우미)인 ‘가구 내 고용활동’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무려 60.3%다.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돌봄서비스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한 배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 7명을 비롯해 11명의 야당 의원이 양대 노총 기자회견장에 동참해 ‘차별금지 입법’을 약속했다. 부작용이 커지든 말든 ‘노동계 지지를 확보하고 보자’는 정치적 셈법이라는 의구심이 불가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 획일화 대못 박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유연성 부여로 신음 중인 노동시장에 숨통을 터주는 일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