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정상 만나는 날…아프리카 미술 정수 만나다

입력 2024-06-03 18:31   수정 2024-06-04 00:18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4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기획전’에서다. 아프리카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탄자니아 화가 에드워드 팅가팅가(1932~1972)가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미술 도구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았던 그는 공업용 나무 합판과 도자기 조각, 자전거 페인트를 재활용한 그림을 그렸다. 아프리카 자연을 유머러스하고 초현실적으로 묘사한 ‘팅가팅가’ 화풍을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팅가팅가는 정사각형 캔버스를 빼곡히 채운 동물 이미지로 명성을 떨쳤다. 아프리카 동물을 의인화한 ‘해피(Happy)’가 단적인 예다. 강렬한 원색으로 각 대상의 역동적인 몸짓을 묘사했다. 그의 작품은 훗날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키스 해링에게도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기에 걸친 팅가팅가 화풍의 발전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부시 미키다디(1957~)의 ‘Covid Pandemic’(2023)은 팬데믹 기간 아프리카인의 애환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극명하다. 동물이 아니라 세균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마스크를 낀 군인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공동체’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에서 유난히 많은 인물이 눈에 띄는 이유다. 내전, 이산가족 등 식민지 지배로 얼룩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예술가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

아프리카 ‘휴머니즘’ 미술의 중심에는 헨드릭 릴랑가(1974~)가 있다. 릴랑가 작품의 주요 소재는 아프리카의 영물(靈物)인 바오바브나무 그늘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팔을 불고 술을 마시는 등 축제를 벌이는 모양새다. 붉은 구름의 위협에서도 잠시나마 공동체의 회복을 만끽하려는 걸까. 릴랑가 작품 제목 대부분엔 ‘행복한(Happy)’이란 단어가 붙는다. 전시는 14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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