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지난달 23일 100엔당 869원85전을 기록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860원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 20일(865원83전) 이후 6개월 만이다.
원·엔 환율은 올해 첫 외환시장 개장일인 1월 2일까지만 해도 100엔당 919원69전이었다. 2008년 1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았던 작년 11월 16일(856원80전)과 비교하면 2개월도 되지 않아 60원 넘게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낮아져 지난달 860원대에 들어섰고, 같은 달 28일 866원9전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작년 말께 급등하던 원·엔 환율이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한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시장 기대보다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인상 폭이 0.1%포인트에 그쳐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통화정책은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한국의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1.3%로 예상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며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이가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운데 엔화 약세에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쏠리는 현상이 강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행이 오는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일시적으로 원·엔 환율이 반등할 수는 있다”면서도 “100엔당 900원을 넘어 꾸준히 상승하는 기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올해 원·엔 환율의 하단을 850원까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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