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본(그리고 다른 많은 국가)은 사라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머스크는 일본 도쿄도가 미혼 남녀를 소개해 주는 ‘만남 앱’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뉴스를 전하며 이같이 썼다. 머스크는 줄곧 일본의 인구 문제를 우려하는 글을 올려 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5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0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적 부담에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며 “인구 감소가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시는 더욱 심각하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도(都)의 출산율은 0.99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1명을 밑돈 것은 도쿄도가 처음이다. 가장 높은 곳은 오키나와(1.60명)였다.
외국인을 제외한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72만7277명이었다.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0.4% 증가한 157만5936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출생아 수는 17년 연속 사망자 수를 밑돌았고,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의 차이인 자연감소는 84만865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만명 늘면서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미혼, 만혼 등의 영향이다.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6.0% 감소한 47만4717건으로, 전후(戰後) 처음으로 50만건을 밑돌았다. 닛케이는 “교육 등 경제적 부담 탓에 임신이나 둘째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33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앱을 이용하려면 성명, 생년월일, 최종 학력, 연봉 등을 입력해야 한다. 신분증, 독신 증명서, 소득 확인 서류 등도 제출해야 한다. 정보를 기재한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인공지능(AI)이 어울릴 것으로 판단한 상대를 골라 소개해 준다.
도쿄도 관계자는 “관심이 있지만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면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결혼을 독려하는 지자체는 많지만 만남 앱을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며 도쿄도가 앱 유료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총력전이다. 참의원(상원)은 전날 아동수당 확대 등을 담은 ‘어린이·육아 지원법’ 등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15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했으나, 18세까지(매월 1만엔)로 확대한다.
셋째 아이는 연령에 따라 매달 1만~1만5000엔(약 8만8000~13만2000원)을 수당으로 줬는데, 앞으로는 0~18세까지 모두 3만엔(약 26만4000원)을 지급한다. 부모 소득 제한을 철폐해 고소득 가정에도 동일하게 아동수당 혜택을 부여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 의료보험료를 징수할 때 ‘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추가로 걷기로 했다. 연봉이 600만엔(약 5300만원)인 경우 2026년에는 600엔(약 5300원), 2027년에는 800엔을 매달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에는 1000엔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28년 지원금 징수액을 총 1조엔(약 8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야당은 지원금 제도가 사실상 증세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2028년까지 연간 3조6000억엔(약 31조7000억원) 규모의 저출산 대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2030년대에는 이를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도 내세우고 있어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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