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칼퇴 아닌 '끝장 토론'…은행도 비상 경영

입력 2024-06-09 18:21   수정 2024-06-17 15:34


기업들에 이어 일부 시중은행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예상을 밑도는 실적과 내부 통제 부실에 따른 사건·사고 등이 잇따르자 조직 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매주 금요일 저녁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과 주제별 ‘끝장 토론’을 벌이고 있다. 금요일마다 오후 5시 이후 시간을 비워놓고 밀린 현안을 점검하는 식이다. 시급한 현안이 있는 담당 부행장과 부서장이 토론 상대다. 행장과 대화하고 싶은 직원이 먼저 면담을 요청할 수도 있다. 토론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금요일 저녁은 도시락으로 때운다.

조 행장이 끝장 토론에 나선 것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 때문이다. 지난 1월 ‘2024 경영전략회의’에서 조 행장은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해온 데다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의 2대주주(12.6%)로서 투자 효과가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다른 은행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적게 판 덕에 배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호재로 꼽았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로 시중은행이 너도나도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출혈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개인 대출 영업과 글로벌 사업 부문 실적이 지지부진한 점도 은행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 관계자는 “홍콩 H지수 사태를 비껴간 상황에서 다른 은행을 압도하는 실적이 나오지 못하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 ELS 관련 대규모 손실 배상과 내부 직원 배임 등 겹악재가 터진 농협은행도 비상 경영에 나섰다.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매주 일요일 오후 부행장을 한데 모아 비상 경영 회의를 하고 있다. 현안과 관련된 부서장도 회의 참석 대상이다. 사실상 주 6일 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비상 경영 회의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이 임원 주말 회의를 재개한 것은 2016년 후 8년 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비상 경영 회의체를 운영했다”고 했다.

비교적 실적이 나은 국민·신한·하나은행도 조직 분위기를 바로잡고 나섰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관리(WM)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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