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백신 개발기업 셀리드가 포베이커를 최근 인수했다. 1세대 바이오벤처의 제빵사업 진출은 바이오업계가 처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때문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약 개발사 상당수가 셀리드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10일 “주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도 “진행하는 임상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셀리드는 2019년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했기 때문에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연 30억원의 매출을 내야만 한다. 셀리드는 지난해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해 포베이커는 5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강 대표가 고심 끝에 빵집을 인수한 이유다.
기술특례 제도란 기업의 재무구조보다 기술의 잠재력을 중시하는 상장트랙을 뜻한다. 이 트랙으로 상장한 기업은 5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연매출 30억원을 올리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이런 특례조항도 신약 개발에 보통 10년 가까이 걸리고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1%에도 못 미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바이오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유지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기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고유 기술이 꽃피울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모르고 상장한 것도 아니고, 그 요건을 제때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회사에 1차적인 잘못이 있다”면서도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경직된 상장 제도 탓에 기업의 자율성과 R&D가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기술특례 상장 유지 조건에 발묶여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10일 “주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도 “진행하는 임상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셀리드는 2019년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했기 때문에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연 30억원의 매출을 내야만 한다. 셀리드는 지난해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해 포베이커는 5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강 대표가 고심 끝에 빵집을 인수한 이유다.
기술특례 제도란 기업의 재무구조보다 기술의 잠재력을 중시하는 상장트랙을 뜻한다. 이 트랙으로 상장한 기업은 5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연매출 30억원을 올리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이런 특례조항도 신약 개발에 보통 10년 가까이 걸리고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1%에도 못 미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바이오 투자 위축 ‘직격탄’ 맞아
셀리드도 이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셀리드는 지난해부터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수익성을 보완하려 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계속된 바이오 투자 빙하기 때문에 업계 돈줄이 말라버렸다. 신규 계약서를 다 작성한 고객사가 자금 부족으로 최종 사인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상장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강 대표는 당장 1~2년 버틸 인공호흡기를 단다는 각오로 빵집을 인수하게 됐다. 그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도 검토했지만 그 중 비교적 자금 부담이 작으면서 나중에 독립해 운영하기 쉬운 것을 찾았다”며 “시간과 돈이 부족해 잠시 주춤했을 뿐이지 우리 회사는 끝까지 뚜벅뚜벅 계속 걸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장례식장에 부동산 투자까지
셀리드만이 아니다. 부업에 뛰어든다고 공시한 바이오기업이 지난달에만 세 곳 나왔다. 셀리드처럼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한 올리패스는 지난달 수원센트럴파크자이 민간임대아파트 241가구 양수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3개년간 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실 비율이 85%에서 690%로 뛴 탓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틸렉스는 프로그램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인수했고 강스템바이오텍은 2021년부터 샴푸를 팔면서 수익성을 메워왔다. 디엑스앤브이엑스의 전신인 캔서롭은 2017년 제천명지병원 장례식장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일각에서는 바이오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유지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기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고유 기술이 꽃피울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모르고 상장한 것도 아니고, 그 요건을 제때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회사에 1차적인 잘못이 있다”면서도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경직된 상장 제도 탓에 기업의 자율성과 R&D가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