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동산’에 출연 중인 배우 전도연(사진)이 11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벚꽃동산’은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희곡에 한국을 투영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현실감각이 없는 남매가 재벌 가문을 이어받아 몰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은 주인공 송도영 역을 맡았다. 망해가는 재벌가 손녀이자 두 딸의 엄마다. 회사도, 가족도 챙기지 않는 철없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에는 도영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딸을 둔 전도연은 ‘어떻게 엄마가 자식에게 자신의 상처를 전가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런 의구심에 스톤 연출은 “‘송도영 안에 네가 들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즐기라”고 했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전도연은 도영 속에 담긴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식에게 상처를 대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는 순간이 있는 건 사실이죠. 이런 도영의 모습이 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인 만큼 부담도 컸다. 그는 “공연 전에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약까지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즉흥적이고 생생한 연극의 매력을 느낀 전도연. 앞으로도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 어두운 연기를 많이 해서 다음에는 즐거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도 해보고 싶지만 제가 춤과 노래를 못해서요.(웃음) 연극 무대에 계속 도전할 거예요.” 공연은 다음달 7일까지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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