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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소유와 경영이 일치된 가족기업이 많은 건 이런 배경에서다. 독일은 제조업에서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다. 스페인, 스웨덴 등도 44% 이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가족 자본주의의 챔피언’으로 불릴 정도다. 반면 역사가 짧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법을 따르는 나라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가 더 일반적이다. 가족기업의 비중(24%)도 작다. 한국은 유럽에 가깝다. 전체 기업 가운데 가족기업 비중이 74%에 이른다.
별다른 대비 없이 창업주의 은퇴 시기가 임박한 기업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 비중은 2013년 15.9%에서 2022년 33.5%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기업을 매각해야 한다.
손바뀜된 기업의 말로는 불 보듯 뻔하다. 구조조정과 연구개발비 삭감 등으로 기업가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간 뒤 되팔리게 된다. 궁극적인 종착지는 자본이 풍부한 중국일 확률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기술과 일자리가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얘기다. 과감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부자 감세 논란이 불편하거나 무분별한 지원이 우려된다면 일정 요건을 갖춘 혁신기업에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혁신기업에 대한 상속세율을 100% 감면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가 각각 6조원, 3만 개 증가한다는 것이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이다. 2003년 상속세율을 20%에서 1.2%로 인하한 그리스에선 가족기업 투자가 4.2% 증가했다. 한국 경영계에 도래한 ‘승계의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제조업 강국’ 등의 수식어는 역사의 흔적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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