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을 사칭해 도시락 수백 개를 주문하고 식재료값 대납을 요구하는 사기가 기승이다. "부대원이 먹을 식사"라며 공무원증이나 대대장이 승인한 지출 결의서까지 내보이는 치밀한 범죄 행각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1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국방부 소속 대령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부대원들의 사흘 치 식사가 필요하다며 도시락 480개를 주문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국방부 공무원증 사진을 걸어놓은 남성은 식당 사장 A씨에게 대대장의 서명이 있는 지출 결의서까지 보여줬다.
도시락 80개를 먼저 납품하기로 한 날, 남성은 갑자기 식당 측에 "전투식량 대금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납품업체에 980만원을 잠시 대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의심이 든 A씨가 돈을 송금하지 않자, 남성은 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다. A 씨는 이미 준비한 도시락 수십 개와 나머지 도시락 재료비까지 수백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A씨는 "준비한 걸 동사무소에라도 (나눔) 봉사하려고 했는데 이미 식사를 다 했다고 해서…(폐기) 처분해야죠"라며 허탈하게 말했다.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다른 도시락 업체 사장 B씨도 "(보내온 서류에) 국방부 도장이 다 있더라. 그래서 저는 당연히 믿었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군인 사칭 사기 행각이 군부대 인근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올해 들어 비슷한 피해를 본 식당만 6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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