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선정한 ‘살아있는 박식가들’ 2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 큰 화제를 모은 음악가가 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인물은 영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63·사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무려 여덟 차례나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지만, 그가 대단한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건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30곡 이상의 자작곡을 발표한 작곡가이자 런던에서 개인전을 연 화가, 음악·종교에 관한 책과 소설 등을 쓴 작가.’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허프는 1983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2001년엔 클래식 연주자 최초로 ‘천재들을 위한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