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상임위 말고 특위 참석해라"…중간에 낀 정부는 눈치만

입력 2024-06-12 18:42   수정 2024-06-13 01:56

여야의 극한 대치에 따른 국회 파행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정부에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개최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대신 자체적으로 꾸린 각종 특별위원회에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각 부처 공무원들은 최근 민주당의 상임위 단독 개최와 관련된 보고서 작성으로 분주하다. 보고서는 국회의 상임위 출석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공무원이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주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자적으로 구성해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여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마당에 정부 측이 상임위에 출석할 수 없어 그에 따른 처벌 규정부터 살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당은 각 부처에 개별 상임위 출석은 물론 야당 의원들에게 현안 설명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12일로 예정된 산업부 업무보고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며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로부터 보고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국회법은 상임위 출석을 요구받은 인사는 7일 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민주당은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열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문회 등에 불출석하면 최대 3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자체 구성한 특위에 정부 관계자들이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12일 국민의힘이 연 재정·세제개편특위에는 정정훈 세제실장 등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다수 참석했다. 다만 국회 상임위 출석은 미루면서 정당 내부 특위에 참여하는 것에 정부 내에서도 부담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4년간 법안 처리 협조를 받으려면 정부도 민주당 눈치를 봐야 한다”며 “상임위별로 청문회 개최 등이 본격화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여당 특위보다 상임위 출석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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