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家 2세, 홍콩 코리그룹 통해 북경한미 '부당 내부거래' 의혹

입력 2024-07-03 09:38   수정 2024-07-05 14:18

이 기사는 07월 03일 09: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가 18년 전부터 한미약품그룹 일감을 지원받아 사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아닌 중국 시장에서다. 한미그룹은 중국시장에서 의약품 유통을 계열사가 아닌 룬메이캉(Runmeikang·京潤美康)이란 현지 기업에 맡겨왔다. 이 회사는 한미그룹 계열이 아니다. 한미 오너 2세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3남매가 주주인 회사로 확인됐다.

룬메이캉은 홍콩 코리그룹(COREE Group)의 핵심 계열사다. 바이오 연구개발(R&D) 그룹으로 소개돼왔지만 실상은 한미와의 특수관계를 활용해 급성장한 의약품 도매업체로 파악됐다. 오너 일가가 이 중국법인을 통해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법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법인을 통해 20년 동안 한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일감을 오너 일가에게 몰아줘 주주가치를 훼손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코리그룹 핵심기업의 정체
3일 홍콩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리그룹은 임종윤 회장이 100% 소유하고 있는 코리홍콩(COREE HK)을 지주사로 두고 그 밑에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코리홍콩이 직접 보유한 자회사는 오브맘홍콩(Ofmom HK), 코리엘엘씨(COREE L.L.C), 코리베이징, 코리에스알엘(COREE s.r.l), 비제이셰프오브맘(BJ Chef Ofmom), 마장뮤직앤픽쳐스 5곳이다. 이중 핵심 법인은 10개의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오브맘홍콩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코리그룹 지배구조의 대략적인 모습이다.

코리그룹 출신의 한 관계자는 "코리그룹 계열사들은 한두 곳을 제외하곤 누적 결손으로 자본잠식에 놓여있다"며 "계열사 대부분 폐업에 가까운 상태로 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극히 적다"고 말했다.

코리그룹의 유일한 수익회사는 오브맘홍콩이 100% 소유한 룬메이캉이다. 중국에 세워진 회사로, 베이징 메디케어(Beijing Medicare)가 또 다른 법인명이다. 이 회사는 CSO(영업대행사·Contract Sales Organization)로 분류되는 도매업체다. 중국은 국내와 달리 의약품 제조와 유통 법인을 분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룬메이캉은 그간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을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북경한미는 한미약품의 핵심 계열사(지분 73.7%)다. 작년 매출 3976억원, 순손익 787억원을 냈다. 한미약품 연결 매출(1조4908억원)의 27%에 이른다.

룬메이캉의 연간 매출은 수천억원 규모다. 북경한미과의 거래를 보면 작년 연결기준 2142억원에 달했다. 룬메이캉 출신 관계자들은 북경한미와의 거래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최근엔 임 사장이 소유한 코스닥 DXVX의 종속회사 북경디아이웨이스생물과기유한공사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의 현지 유통을 시작했다.

코리 출신의 또 다른 관계자는 "룬메이캉 매출이 코리그룹 전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코리그룹의 전부"라고 전했다. 코리그룹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기관인 KPMG가 매출치에 기반해 그룹 기업가치를 1조1678억원에 평가했다"며 "코리그룹의 2022년 연결 매출은 3억2400만달러(약 4000억원)"라고 밝힌 바 있다.
17년 전 중국에 설립된 오너 2세 회사
룬메이캉이 중국에 설립된 건 2007년이다. 북경한미가 1996년 설립된 지 11년 후다. 룬메이캉 설립 시기는 창업자의 장남인 임 사장이 북경한미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연도와 맞물린다. 임 사장은 2004년부터 20년간 북경한미에 몸담았다. 부총경리(부사장), 총경리(사장)를 거쳐 현재는 동사장(회장)이다. 임 회장의 최측근인 이용구 DXVX 대표도 업무를 도왔다. 그는 북경한미 경영기획실 총감(총괄담당자), 룬메이캉 헬스케어사업부 대표, 코리그룹 부사장을 거쳤다. 코스닥에 상장된 DXVX는 임 사장이 3년 전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출자해 인수한 바이오 기업이다.

오너 2세들이 룬메이캉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는 아니다. 룬메이캉은 코리그룹 계열 오브맘홍콩이 100% 소유하고 있다. 오브맘홍콩은 코리그룹 지주사인 코리홍콩이 지분율 33.6%를 보유하고 있고, 임 사장(26.56%), 임주현 부회장(19.92%), 임종훈 대표(19.92%)가 지배하고 있다. 임 사장이 코리홍콩 지분을 100% 보유한만큼 지배력이 60%에 달한다.

북경한미와 룬메이캉 간 거래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중국은 한미약품에게 국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국내에선 자체 유통 법인도 갖추고 있는 것과 구분된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온라인팜은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리 출신 관계자는 "룬메이캉은 한미약품의 중국 법인인 북경한미의 도매상 역할을 하며 직간접적인 부당지원을 받아와 수익을 창출했다. 임 사장은 '오너 2세' '동사장'이란 우월한 직위를 바탕으로 이같은 체제를 구축해왔다"고 전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북경한미 규모를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유통 수익은 오너 2세로 흘러들어가는만큼 한미약품이나 한미사이언스 주주가치가 훼손된 셈"이라고 말했다.

오브맘홍콩 지배구조를 두고 오너 2세 간 의견 충돌이 컸다는 전언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오브맘홍콩은 가족회사 구조지만 실상은 임종윤 사장이 경영을 전담하는 개인회사에 가까웠다. 임주현 부회장과 임종훈 대표는 임 사장의 권유로 오브맘홍콩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을 뿐 코리그룹의 구체적인 지배구조와 실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콩 코리 자금의 유턴...공정위 "부당지원 가능성"
홍콩 코리그룹의 자금은 임종윤 사장이 인수한 코스닥 기업인 DXVX(이용구·권규찬 대표)로 흐르고 있다. 코리그룹은 DXVX가 재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묻지마 지원'에 나서왔다.

DXVX는 코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속 임원 30명이 대부분 코리 혹은 북경한미 출신이다. 지난달 말 DXVX 주식을 팔고 임원도 사임한 김장희 전 DXVX 부사장은 코리와 오브맘코리아컴퍼니의 대표이사, 코리엘엘씨의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었다. 유건상 부사장은 북경한미IT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었고 안치우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코리그룹 CFO로 있었다. DXVX 인사가 한미그룹 임원도 겸직 중이다. 권규찬 DXVX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임종윤 사장의 추천으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임종윤 사장이 2021년 DXVX를 인수할 때부터 코리그룹이 물심양면 거들었다.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2019년 3월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에 들어 거래정지된 상태였다. 임 사장은 'DXVX 살리기'를 위해 코리 계열사인 코리컴퍼니(COREE Company Limited)를 통해 2021년 10월과 2022년 12월 대규모 용역을 맡겼다. 2년 연속 연간 매출의 약 40%가 코리그룹에서 나왔다. 이 계약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DXVX는 2023년 3월 28일 거래에 재개했다.

올 초엔 오브맘홍콩이 나섰다. 별도의 지급보증이나 담보 없이 253억원을 빌려줬다. DXVX가 다른 장기차입 금융사에게 토지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DXVX는 '특수관계자의 자금조달 등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지급보증 및 담보의 내역은 없다'고 공시했다. DXVX는 이 자금으로 풋옵션이 행사된 전환사채(CB)를 만기 전 취득했다. 룬메이캉도 연 이자율 3.8%에 9억원을 단기 차입해줬다.

코리그룹은 DXVX 최대주주인 임종윤 사장 대신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행규모가 발행주식총수의 63%에 이르는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다. 코리그룹은 올해 1월 보도자료를 통해 "관계사인 DXVX 지분 확보를 통해 계열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임 회장은 코리로부터 신주인수권증서 매각 대금을 챙기고 코리는 시가보다 저렴하게 DXVX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임종윤 사장은 코리그룹을 통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그는 "코리그룹을 활용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최대 51%까지 확보할 것"이라 재차 밝혀왔다. 임 사장은 "현재 운영중인 기업이 조 단위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며 "한미약품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기관투자가에 설명하면서 한국의 '애보트'가 되겠다는 비전을 강조해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북경한미-코리그룹-DXVX 간 자금의 흐름이 공정거래법상 부당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오너 가족회사가 그룹 중국 법인을 통해 의약품 유통과 판매를 전담하는 것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해외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관계자나 기업에 자금지원 형태로 들어온다면 부당지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DXVX의 경우 독립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라 판단된다면 코리그룹의 무담보 장기차입은 부당거래를 통한 우회 자금지원이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그룹은 "문제점을 조속히 파악하고 개선해 보다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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