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와 쿠팡의 과징금 공방…혁신도, 경쟁도 막아선 안 된다

입력 2024-06-13 18:17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 자기 상품 판매를 늘리려고 검색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쿠팡에 중징계를 내렸다. 유통업계 사상 최대인 140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물론 쿠팡이 “부당한 제재”라며 항소 방침을 밝힌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양측의 의견도 첨예하게 갈린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조작과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 등을 통해 입점업체 상품보다 자기 상품 판매를 늘려 이익을 봤으며 이는 공정거래법 45조 1항4호가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라고 봤다. 반면 쿠팡은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 고유 권한으로 이를 문제 삼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 사실은 소비자에게 공지한 내용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쿠팡의 대응 방식은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쿠팡은 보도자료에서 “공정위가 상품 추천을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 사업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겁박’처럼 들린다. 게다가 공정위가 로켓배송, 즉 쿠팡의 자기 상품 배송 서비스 자체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다. 검색 순위 조작이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네이버도 자사 오픈마켓 입점업체의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렸다는 이유로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자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도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자기 상품 우대가 경쟁을 저해한다고 보고 제재하는 기류다.

물론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는 업계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명이 불발한 데 따른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어떤 경우든 혁신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쿠팡은 빠르고 편리한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을 준 게 사실이다. 최근엔 알리,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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