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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민법 제2조 1항의 규정이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가 여럿 있다. 이 말이 드러내는 가치도 그중 하나다.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한 명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용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줄여서 ‘신의칙(信義則)’이라고도 한다.
우리 민법에 누구나 알 만한 이런 오류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법이 1958년에 제정 공포됐으니 만 66년 되도록 잘못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제정 당시 일본 민법을 베껴 기계적으로 옮기다 보니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 됐다는 게 국어학자 김세중 박사의 설명이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을 지낸 김 박사는 근래 몇 년을 민법을 비롯해 법조문의 우리말 오류에 천착해 있는 사람이다. 애초 민법(1118조)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았는데, 무려 340개 조에서 발견됐다. 그는 2022년 이런 내용을 지적한 <민법의 비문>을 펴낸 데 이어, 지난 2월 범위를 6법으로 넓혀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펴냈다.
글쓰기에서 자동사와 타동사를 구별하지 못해 오는 잘못은 문장상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음 문장의 오류도 타동사 용법을 응용한 사례다. “집값 낙폭 둔화와 거래량 증가 등 반등 지표가 나타난 만큼 내년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서는 ‘회복하다’가 문제다. 이 말은 타동사다. ‘국권을/건강을/의식을 회복하다’ 형태로 쓰인다. 예문처럼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부동산 시장이 거래를 회복하다” 식으로 쓸 수 있다.
이를 자동사처럼 써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회복하다’는 타동사이므로 ‘부동산 시장’을 주어로 하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다’라고 해야 어법에 맞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회복하다’를 자칫 자동사인 줄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란 용례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걸 두고 ‘회복하다’가 자동사로도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때 쓰인 보조사 ‘-는’은 주격이 아니라 목적격으로 쓰인 보조사다. 즉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가 본래 문형이다. 이를 보조사 ‘-는’을 써서 변형한 문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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