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49736.1.jpg)
“아빠는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괜찮아. 태현이도, 태성이도 기뻐해줘.”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51279.1.jpg)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이중섭의 편지와 엽서 9점이 전시됐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시회에서다. 편지들은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집을 가족들이 정리하다 발견됐다.
전시작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편지도 있다. 이중섭이 장남 태현에게 보낸 글 편지 한 장과 삽화가 그려진 편지 두 장이다. 모두 일본에 떨어져 사는 아내와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았다. 이중섭의 편지들 가운데 그림이 그려진 편지는 드물다. 이번 전시에서는 편지지 위에 액자를 씌우지 않고 관객이 그대로 볼 수 있게끔 소개됐다.
편지글에는 아빠는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양피 점퍼를 입고 그림을 그린다며 아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아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애절한 마음도 볼 수 있다. 공개된 두 장의 그림 편지 중 하나에서는 이중섭이 글에 쓴 대로 양피 점퍼를 입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나와 있다. 그림의 왼쪽에는 ‘아빠 힘내요, 힘내요’라는 글도 적혀 있다. 또 하나의 삽화엔 아내를 가운데에 두고 복숭아 위에서 뛰놀고 있는 두 아들을 묘사한 그림이 담겼다.
이번 전시에는 장남 태현에게 보낸 편지 세 장뿐만 아니라 이중섭이 아내 마사코에서 연애 시절 보낸 6점의 엽서화도 함께 공개됐다. ‘사랑의 열매를 그대에게’라는 제목을 짓는 등 아내를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삽화 편지에 글이라고는 오직 이중섭의 이름뿐이라는 점에서 그가 그린 편지화의 세계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직 그림으로만 전한 것이다. 이중섭이 당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상상하며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뒷면에도 아내 마사코의 주소 외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편지를 반송받지 않겠다는 이중섭의 굳은 의지가 담겼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세운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과 이중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안 회장은 2010년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35억원에 매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경매 최고 낙찰가였다. 이후 황소를 비롯한 다양한 이중섭 소장품을 모아 대중에게 선보이며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그림 외에 다른 소장품들도 함께 공개됐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10점이 나왔는데, 당시 하나의 화첩으로 제작됐던 것을 하나씩 액자화한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가 쓴 글씨 작품 ‘주림석실 행서대련’도 관객을 맞는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50994.1.jpg)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