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으로 시작해 안도하며 끝났다. 조정인지 회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거래시장 아트바젤에 참여한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 인 바젤 2024’는 개막 직전까지 폭풍전야였다. 40개국의 285개 화랑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술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아트바젤마저 흥행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판매량이 이전 시즌보다 22%나 줄었다는 결과까지 나와 시장이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51346.1.jpg)
대마불사와 승자독식. 이번 아트바젤은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신반의하며 출품한 ‘여덟 자리 딜’(1000만달러 이상의 그림)이 줄줄이 팔리면서다.
미국 뉴욕 기반의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선플라워스’(1990~1991)를 2000만달러(약 275억원)에 판매하며 최고가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016년작 추상화를 6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조각 ‘애스파이어링 투 펌킨스 러브, 더 러브 인 마이 하트’(2023)는 500만달러에 판매했다.
스위스 취리히를 근거지로 한 하우저&워스는 애실 고르키의 희귀한 드로잉 작품인 ‘무제’(1946~1947)를 1600만달러에 팔기도 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 #20’(1974)를 1200만달러에, 화이트큐브는 줄리 메레투의 추상화 ‘무제 2’(1999)를 675만달러에 거래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50191.1.jpg)
반면 소규모 갤러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집가들의 관심이 ‘아는 작품, 아는 갤러리’에만 쏠린 탓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 딜러는 “신진 작가와 신흥 갤러리보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갤러리에서 2만~3만달러를 쓰는 편이 더 낫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처음 참여한 한국인 작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두 점은 국제갤러리에서 4만5000~7만2000달러에, 세 점은 리만 머핀을 통해 팔렸다.
바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