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중국과 다른 美 화장품 시장…기형적 유통구조서 탈피

입력 2024-06-25 15:00   수정 2024-06-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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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윤 BNK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자산운용사에 처음 입사했던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방문판매'를 내세운 내수주였다. 당시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이익은 없었다. 그러다 2014년부터 중국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시기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거듭나게 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에서 40배로 리레이팅(재평가)됐다. 2014년과 2015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중국 소비재는 주요 테마였다.

화장품주는 2016년 사드 배치와 함께 한한령(한류 금지)으로 균열이 생겼으나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이 등장하면서 다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중국 현지 판매가 아닌, 따이공 등 면세점을 통한 기형적인 유통 구조에 대한 한계점이 드러나면서 이후 몇 년간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화장품 대장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이익과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따이공을 통한 유통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중국에 존재했던 높은 수입 장벽과 소비세로 인해 따이공의 아비트리지(무위험 차익거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따이공의 대량 수요 덕에 한국의 면세점은 볼륨 효과를 누리며 큰 폭의 할인 판매가 가능했다. 면세점의 강력한 할인 판매는 따이공이 향유하는 마진을 추가로 확대하며, 더 많은 물량을 요구하게 했다. 그 당시 따이공를 통해 창출됐던 조(兆) 단위의 한국 화장품 매출액은 최종 소비자 단에서의 존재했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실질적 인기를 훨씬 초과해 나타난 규모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코로나를 거치고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중국의 화장품 유통과 관세 구조가 선진화된 후부터 따이공 비지니스의 효력이 약해지자 실제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숫자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코로나 확산 등을 거치며 이커머스 중심으로 유통망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장품 유통과 관세 구조도 개선되면서 따이공의 역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따이공 효과가 사라지자 기이한 기형적인 유통 구조로 큰 화장품주도 타격을 입게 된다. 2년간 왜곡된 유통구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급성장을 이뤘으나 이후 7년간은 길고 지루한 하락 사이클을 거치게 된다.


지지부진하던 화장품 업종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번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다시 큰 폭 증가하면서다. 최근 미국향 수출액이 중국향 수출액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향 수출은 따이공 체제와는 달리 유통 구조가 훨씬 건전하다. 해외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총판을 거쳐 아마존과 같은 굵직한 온라인 채널과 얼타뷰티, 코스트코 등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수출 형태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얻은 이유를 보면 그야말로 제품 경쟁력 자체로 설명이 가능하다. 해외 명품 브랜드처럼 오랜 세월이 녹아든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직 아니지만, 기발한 소재와 제형으로 소위 '갓성비'가 뛰어난 우리 제품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고 유행이 일어나고 있다.

또 기존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는 브랜드 마케팅과 백화점 유통망 중심의 비싼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이나 화장품 전문점을 통해 손쉽게 인디브랜드 구매가 가능해졌다. 과거와 달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쉬워졌단 의미다.

코스알엑스, 조션미녀, 아누아 같은 수출에 성공한 대표 인디브랜드는 아마존의 화장품 카테고리별 판매 순위에서 수개월째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이 일찌감치 투자한 코스알엑스는 현재까지 미국향 수출 브랜드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어하는 소비자가 많음에도 지난해 매출액이 45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화장품주가 미국에 진출한 지 2년 차에 불과하나 그 성과는 사뭇 화려하다. 투자자와 업계를 괴롭게 했던 1차 사이클의 하락 구간이 헛되지 않고 그동안 응축된 제품 기획력과 제조 기반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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