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가능성이 낮은 소송에 발이 묶이면서 수분양자들은 중도금 연체 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양 중도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고인 지에이건설과 지에이개발 측은 “로펌이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거짓으로 수분양자들을 ‘기획소송’으로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상가 분양이 애초 계약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맞섰다.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중대한 하자나 설계 변경이 없는 한 법원은 분양계약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보니타가의 개별 수분양자가 제기한 두 건의 소송에서도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럼에도 이런 집단소송이 전국적으로 성행하는 이유는 ‘부동산 기획소송’이 중소형 법무법인의 먹거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분양계약 해제 소송의 목적은 애초부터 승소가 아니라 시행사와의 조정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 중인 수분양자들은 소송으로 인해 중도금 연체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송에 나선 한 계약자는 “10억원짜리 상가를 분양받아 취소 소송을 했는데 중도금 연체료만 1억원에 이른다”며 “분양받은 상가도 가압류돼 개인파산을 신청할 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정부 규제로 주거용 거주가 불가능해진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전국적으로 집단소송이 불붙는 양상이다. 서울의 마곡 롯데캐슬르웨스트와 세운푸르지오그래비티, 부산의 송도유림스카이오션더퍼스트와 해운대에비뉴,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 등 전국 주요 생활형 숙박시설 수십 곳에서 분양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준공을 앞둔 생활형 숙박시설의 수분양자 1000여 명이 시행사, 시공사,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분양계약 해제 집단소송이 건설사 부실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현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방 미분양 사업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이 집단소송에 들어갈 경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중소형 시공사의 줄도산으로 번질 수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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