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대 교수들이 ‘내 환자’ 진료를 하나둘 포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이 집단휴진에 가담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내건 요구가 비현실적이어서다. 정부 행정명령을 거부한 전공의를 무조건 처벌하지 말라는 건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가 특권층이라는 비판만 받게 될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도 이미 물 건너갔다.
둘째는 분노다.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사집단이 무시당했다는 박탈감이 크다. 의료 최고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밥그릇 지키려고 환자를 외면한다는 여론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런 여론몰이를 정부가 조장했다는 게 의사들의 인식이다.
셋째는 먹이사슬 붕괴다. 의대 교수는 의료계에선 최정점에 있는 존재다. 전공의, 간호사, 의대생, 환자 모두 의대 교수의 지휘 또는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가 무너졌다. 자유의지가 강한 MZ세대 전공의들은 과거처럼 의대 교수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스승을 중간 착취자라며 비판했다. 학부모들까지 의대 교수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몰아세웠다.
의대 교수들은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정부 때문에 집단휴진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들이 외치고 싶은 말은 의료 붕괴 방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붕괴의 시작점이 의대 교수가 될 판이다. 의대 증원이든, 필수의료 수가 인상이든 다양한 정책적 수단 논의가 지금 당장 치료를 요하는 환자를 앞설 순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게 하는 것도 스승인 의대 교수의 도리다. 의료개혁 논의는 그다음 일이다. 지금은 의료 정상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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