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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시절 막연하게 ‘20승을 이루면 은퇴하겠다’고 말하곤 했어요. 말 그대로 꿈의 숫자 같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달라요. 20승도 해내고 골프도 오래오래 할 겁니다. 물론 ‘행운의 언덕’ 포천힐스CC에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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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박민지는 거침이 없었다. 2021년과 2022년 매해 6승씩 휩쓸며 KLPGA투어 최강자로 군림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타이틀 방어에 두 번 성공해 ‘또민지’(또 우승은 민지)를 재현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민지는 “우승을 하고 많은 상금을 받으면서도 늘 스트레스가 심했고 마음에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가을 ‘3차 신경통’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신경계 희귀질환으로 바람만 스쳐도 ‘죽을 듯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박민지답지 못한 플레이가 이어졌고 10월에는 투어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겨울에는 통증이 더 심각해졌다. 박민지는 “골프를 시작하고 지난겨울에 처음으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원래는 은퇴를 빨리 해서 놀고 싶었는데 ‘미리 보기’로 은퇴 생활을 경험해보니 최대한 늦게 은퇴해야겠다 싶더라”며 웃었다. 그는 “아프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 골프를 칠 수 있다는 데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이번에도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박민지는 유일하게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2022년에는 박지영과 연장전 끝에 진땀승을 거뒀고, 작년에는 2라운드부터 무서운 몰아치기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당시 박민지는 위기의 순간마다 그림 같은 칩인버디를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그 힘으로 트로피까지 움켜쥐었다. 그는 “지금 샷감과 퍼트감이 굉장히 좋다”며 “자신 없는 샷이 없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비밀병기”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회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총상금 14억원, 72홀 대회로 변신했다. 박민지는 “체력을 잘 분배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치다가 한 번에 몰아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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