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이제훈은 영화 '탈주' 개봉 소감에 대해 "굉장히 떨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제훈은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중사 규남 역을 연기했다.
그는 실패할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있는 남으로 직진하는 거침없는 에너지로, 진짜 삶을 향해 약동하는 이의 꿈을 동적으로 그려낸다. 지뢰밭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총알도, 죽음의 위협도 뚫고 직진하는 ‘규남’의 질주는 온전히 배우 이제훈의 몫이었다.
이제훈은 규남이 '마른 장작'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극한의 체중 조절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4개월 촬영 동안 가면 갈수록 피폐해지는 규남의 모습을 위해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을 강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점심, 저녁 시간에 밥차를 바라보면서도 외면해야 했었던 것이 가슴 아프고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평소 60kg대 중반을 유지했던 이제훈은 '탈주'를 위해 58~60kg까지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는 그렇게 더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최소한의 단백질, 탄수화물만 먹었다. 단백질 쉐이크를 달고 살았다. 이렇게 고생스러운 작품을 또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을 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전신 탈의 장면을 위해서 육체 표현을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는 이제훈. 그는 "대본에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뒷모습이란 표현이 쓰여 있었다. 전신으로 물세례 받고, 맞고, 쪼그라든 모습의 규남을 표현하고 싶었다. 메소드 아닌 메소드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장면이 찰나의 순간 지나간다는 말에 이제훈은 "그게 아쉬우셨다면 다시 한번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확인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훈은 '탈주' 촬영이 끝난 후 바로 차기작에 들어갔다. 3~4년간 쉴 틈 없이 '열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인간으로 좀 쉬고, 여행도 하며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있는데 좋은 작품이 있으면 촬영하게 된다"며 "현재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임을 인지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사반장 1985' 촬영 허혈성 대장염으로 수술받은 후 더욱 건강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통사고 같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장이 꼬였는데 보통은 잘 풀린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두시간 꼬여있으면 그 부분이 괴사하는데 저는 아픔을 4시간 참고 수술하게 됐다"며 "인생을 마감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통제를 계속 놔달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치사량까지 맞았다며 맞을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등산복 입은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바로 수술하자고 하셨고, 사망동의서에 사인하는데 '내가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의 작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살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그 순간 후회 없이 살고 있었느냐에 대한 부분을 생각했다. 이후 나 인생 마음대로 살 거야,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열심히 살았는데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도 작품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며 글렀구나 했다. 막 살 것에 대한 부분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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