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발동하는 행정권한 중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이 있다. 집값이 급등할 때 중앙정부와 교감하에 동 단위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발동한다. 사실상 토지거래허가제인데 해외에서는 드물다.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을 침해하면서 개인 간 계약자유의 원칙을 무시하는 위헌적 규제라는 비판이 잇달아 나왔으나 부동산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계속되고 있다. 비판론 중에는 이 제도가 개인 간 매매를 어렵고 복잡하게 할 뿐 주택시장에서 효과가 없는 ‘철권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격상승을 억제한다는 취지를 못 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강남·송파구 4개 동에 대해서는 1년씩 4차례나 연장 지정하면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투기 억제를 내세운 토지거래허가제, 유지해야 하나.
이런 극단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소위 인기 지역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억 단위로 오르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해당 지역에서 오르는 집값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까지 즉각 오르는 연쇄 파장을 막자는 취지다. 주택시장의 불안은 전체 경제에 여러모로 좋지 않다. 아파트 등의 단기 급등은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꺾는다. 다수 직장인의 근로 의지도 훼손한다. 주택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패턴을 보면 이른바 한강 변 아파트 등 특정 지역 고가 주택이 한번 뛰면 다른 지역도 덩달아 올라 단순히 물가상승 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근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심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다소 무리해도 집값은 안정시켜야 한다.
주택·토지와 관련된 각종 세금과 금융 규제로 시장에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불안심리가 형성되면 이런 조치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세금은 준비 기간도 필요하고, 금리 올리기 등 금융 대책은 다른 산업과 가계에 미치는 종합적 파장 때문에 쉽게 동원하기가 어렵다. 금리를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집값만 보면서 이자율을 올려준다는 보장이 없다.
급등하는 집값을 시장에만 맡겨둬 기형적 양극화가 심해지게 할 수도 없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 시 주도 개발 호재로 인한 집값 앙등을 막자는 취지다.
구청에서 심사해서 허가를 내준다 해도 매매 과정이 많이 복잡해진다. 구매자는 집과 땅을 살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 자세하게 문건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 계획이 불분명하면 거래 허가가 나지 않는다. 나더라도 이 자료가 국세청으로 전달돼 탈세 등의 조사에 활용된다. 주택 매수자는 구입 후 무조건 2년간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 희망하는 곳에 집을 마련해두고 해외 근무에 나갈 수도 없고, 해외 주재원이 귀국에 맞춰 미리 아파트를 구입해둘 수도 없다.
명분만 거창할 뿐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주민들 반대 속에 논란만 계속될 뿐이다. 강남·송파구 4개 동을 그렇게 억누르면서 인근 서초구 집값만 올랐다는 분석이 있다. 압구정동도 같은 경우도 허가구역이지만 침체 시장에서도 최고 가격만 속출했다. 투기를 부분적으로 막았을지는 몰라도 인근 지역이 올라가는 ‘풍선효과’만 생겼다.
가격 급등은 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새집 공급이라는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행정권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수요만 억눌러봤자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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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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