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탄소중립...‘조각탄소감축’ 주목

입력 2024-07-05 06:00  

[한경ESG] 이슈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결국 사회 구성원이 목표 달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정책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각탄소감축’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조각탄소감축은 일상에서 개인과 기업이 쉽게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탄소배출 감소 활동을 의미한다. 기후 기술 기업이 개발한 에너지 및 탄소저감 제품과 시스템을 적용해 감축되는 작은 양의 탄소도 포함된다.

탄소감축이라는 목표는 다수의 사람과 기업이 동시에 실천할 경우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각탄소감축량은 산정되지 않거나 무시되고 있어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목표는 대규모 기술혁신이나 산업별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만, 조각탄소감축은 개인과 기업이 지체 없이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수백만 명이 각각 하루에 몇 그램의 탄소를 줄이면 그 누적 효과는 막대하다. 나아가 조각탄소감축을 실천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향상되어 더 큰 변화를 촉구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각탄소감축은 에너지절약과 효율적 사용, 지속가능한 소비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 조각탄소감축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며, 냉난방 사용을 줄이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온실가스배출량이 높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며,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는 등 방법이 있다.

저탄소 제품을 구입하고,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것도 조각탄소감축 활동에 포함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조각탄소감축을 실천하고 있지만, 조각탄소감축 노력이 수치화되거나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

자전거로 줄인 90만 톤’의 탄소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자전거 친화적 도시로 유명하다. 자전거도로와 주차시설을 확충하고,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한 결과 교통 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클라우스 본담 덴마크 사이클리스트 연맹 CEO는 “코펜하겐은 자전거 사용으로 인한 조각탄소감축량이 연간 90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하루 평균 2.6km를 자전거로 이동한다. 이러한 정책이 세계적으로 적용된다면 전 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이 6억8600만 톤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비자들이 카페에서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줄여 감축되는 탄소배출량도 조각탄소감축 사례다.

조각탄소감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며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조각탄소감축량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활동이나 기술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줄일 수 있는지 정량화한 지표 ‘탄소감축 계수’의 개발과 활용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 1km 이용, 텀블러 한 번 사용, 버스나 지하철 한 번 이용, 중고 물품 구매와 사용, 의류 재이용, 종이 1kg 재활용, 알루미늄 캔 1kg 재활용, 페트 물병 1kg 재활용 등 단위당 감축 탄소량을 수치화해야 한다.

기후 테크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활용했을 때 감축되는 탄소량도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 탄소감축 계수(1개 제품 사용 단위당 탄소감축량)가 개발되면 제품이 사용된 만큼 조각탄소감축량을 인증받을 수 있다.

현재 탄소감축 인증은 방법론 등록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시간이 오래 걸려 특히 기후 기술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 지식이 요구되기에 많은 기업과 단체가 인증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끌 모아 탄소중립 이룬다

탄소감축 계수의 개발은 탄소감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정착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계수이므로 적용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면 인증 절차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절차의 간소화도 가능하다. 국제표준을 준수하면서도 현지 조건에 맞는 유연한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해 다양한 조각탄소감축 프로젝트가 빠르고 쉽게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물류 및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등 방식으로 스마트 도시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덴마크도 다양한 자동화 기술과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탄소배출을 모니터링하고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갈수록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이로 인한 극단적 기후 이상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생명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올여름에는 기록적 폭염과 물 폭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각탄소감축량을 산정하고 이를 인증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는 기업과 개인이 더 많은 조각탄소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진합태산(塵合泰山),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루듯 이를 통해 우리는 탄소중립 목표를 더 빨리,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SDX탄소감축인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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