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남편인 B씨는 2019년부터 대기업인 A사의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다 이듬해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A씨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산재보험법은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을 특별한 사정 없는 한 국내 사업으로 본다. 다만 파견 근무자의 근무 실태 등을 종합 검토해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 소속돼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다면 산재보험 관계가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등에서 정하는 해외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망인에 대해 해외 파견자 임의가입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유족 측은 2021년 7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유족 측은 2022년 12월 다시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재차 부지급 결정을 내리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근로 장소만 중국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에 소속돼 본사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근무한 중국 현지 법인은 본사 의사결정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고, B씨의 월급도 본사와 맺은 연봉계약에 의해 결정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이번에도 근로복지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본사가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로, 현지법인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별도의 독립된 실체가 있다"며 "B씨는 현지법인과 근로계약 체결하고 급여를 지급받았고 소득세도 중국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본사가 B씨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거나 보고 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부 보고가 있었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통상적 보고 형태를 넘어 계속해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어 "본사는 B씨와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했으며 중국법인 근무 기간을 본사 근무 기간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이는 복지혜택 수준을 맞춰 근무 기피를 방지하려는 등 정책적 의도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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