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아니면 못 본다"…더현대서울 '550억' 쓸어 담은 이유

입력 2024-06-23 17:26   수정 2024-06-24 17:45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이세계 아이돌’ 팝업스토어. 총 330㎡ 면적의 80%는 포토존과 영상 시청존이었고 상품 진열대와 계산대가 차지한 공간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팝업은 2주간 34억원(하루평균 2억4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백화점 내 비슷한 규모 일반 패션 매장의 하루평균 매출(약 1000만원)보다 20배 넘게 많았다.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자투리 공간의 임시 매장’으로 여겨지던 팝업스토어가 ‘황금알’을 낳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패션·엔터·식음료(F&B) 등 업종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팝업을 연다. 성장 정체에 빠진 백화점은 팝업을 앞세워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팝업이 ‘상품보다는 체험’ ‘이때 아니면 못 보는 희소성’을 앞세워 유통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프라인 생존법 된 팝업 매장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는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를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만 더현대서울에서 440여 개의 팝업을 열었다. 2022년(210여 개)보다 두 배 넘게 많다. 롯데백화점 잠실점(200여 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60여 개)도 지난해 팝업 건수가 1.5~2배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식품관 등에서 열린 이벤트까지 더하면 작년 한 해 500개에 달하는 팝업이 열렸다"고 했다.

팝업은 원래 정식 매장을 들인 후 남은 자리에 여는 매장이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 브랜드가 주로 차지했다. 인터넷 팝업창처럼 짧게 열고 닫아서 팝업스토어란 이름이 붙었다. 전성기가 시작된 건 코로나19 이후부터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오면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2022년 연 ‘테니스 팝업’엔 열흘간 20만 명이 몰렸고 이후 성공 사례가 줄을 이었다.

팝업이 인기를 얻자 오프라인 채널도 매장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지하철과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은 ‘알짜공간’을 팝업스토어 전용으로 내주고(더현대서울), 명품 브랜드들 매장 한가운데 팝업 존을 마련하는(잠실 에비뉴엘) 식이다.

이런 전략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더현대서울은 지난 한 해 팝업으로만 5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들어선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 1~4월 집계된 팝업스토어 매출은 약 200억원이다. 이대로라면 작년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팝업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백화점 안에 머물면서 지갑을 열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팝업 연계 매출은 팝업 자체 매출의 7배에 달했다.
에르메스·루이비통도 팝업 ‘러브콜’
팝업스토어 열풍에 콧대 높은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도 국내 업체를 찾아오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한국 진출 27년 만에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대규모 팝업을 열었다. 루이비통과 구찌도 각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팝업을 선보였다.

백화점 본 매장도 상품 진열대를 줄이고 체험 공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팝업을 닮아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약 270㎡ 규모의 레고스토어를 열었다. 상품 매대 대신 블록 쌓기와 같은 놀이공간을 넣는 등 팝업처럼 꾸몄다. 백화점들은 공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직접 팝업을 기획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예능 방송 ‘팝업상륙작전’을 기획하고 한국에 진출한 적 없는 해외 유명 맛집을 팝업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팝업의 유행은 신산업 창출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건물주와 브랜드를 잇는 공간 중개 기업(스위트스팟), 팝업 정보를 모아볼 수 있는 플랫폼(팝스) 등이 대표적이다.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 연무장길(성수동 2가)은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30㎡짜리 공간을 하루 임대하는 데 1500만원 이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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