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경선 시작 전부터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친한(親韓·친한동훈)’ 장외 논쟁을 보면 실망스럽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실 방문 또는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부각하느라 바쁘다. 친윤 지원설, 교감설, 연대설, 어대한, 제2 연판장, 총선 책임 전가 다툼이 요란하다.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대표가 되면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논박이 오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특검 추천 권한을 야당에 몰아준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 여부를 결정하자는 대통령실과 결을 달리했다. 당장 나 의원은 “순진한 발상”, 원 전 장관은 “특검법 찬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여권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우물 안 개구리식 내분으로 이렇게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나라 안팎에 난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당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정권 집권 3, 4년차 중요한 시기에 여당 대표가 되려 한다면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정부 핵심 정책을 어떻게 뒷받침할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데 출사표에선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 야당이 대표 방탄을 위한 입법 폭주와 탄핵을 들먹이며 사법부와 행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는 마당이라면 이에 대한 전략을 놓고도 경쟁해야 마땅하다. 위기감이 없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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