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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두 회사 합병에 나선 것은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3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분기 말 기준 1조6744억원에 이른다. 2021년 말 5963억원에서 세 배 가까이로 불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전면적인 사업 전환을 내걸고 대규모 M&A를 한 결과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등 여덟 곳에 4조원 이상의 자금을 베팅했다.
인수자금은 대부분 외부에서 빌려왔다. SK에코플랜트는 M&A로 외형을 갖춘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채비율이 한때 400%에 육박하자 금융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접었다. 그 대신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장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상환을 약속한 ‘숨은 부채’여서 재무 부담은 커졌다.
올해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자 시장에선 배터리 적자가 누적된 SK온과 더불어 SK에코플랜트가 SK그룹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그룹 차원에서 산업용 가스 자회사들을 구원투수로 투입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합병 구조는 SK㈜가 SK머티리얼즈 계열사 일부를 SK에코플랜트에 현물로 넘기고 그 대가로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신주를 SK㈜가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양사 주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지난해까지 8조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올초엔 5조원으로 눈높이가 낮아졌다. 브레인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등 SK에코플랜트 투자사 일곱 곳은 회사의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합병을 거부할 가능성이 작다. SK㈜ 주주들은 이익을 내는 사업부문을 내주면서 SK에코플랜트 주식을 합병 대가로 받으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얼마로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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