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품절이야?" 美서 인기 절정…K푸드 제대로 대박 났다

입력 2024-06-23 18:18   수정 2024-06-24 01:52


이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티오브인더스트리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 현지 소비자들 카트엔 분홍색 라면 봉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한때 이곳에서 품귀 현상을 빚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이다. 요즘 인기 절정이라는 냉동김밥은 판매처인 트레이더 조스와 H마트에서 모두 품절이었다. 월마트, 크로거 등 주류 마켓 매대엔 다양한 김 제품이 깔려 있었다. 2~3년 전만 해도 보기 어렵던 김이 이젠 대형마트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상품이 된 것이다.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로 시작된 ‘K웨이브’가 푸드 뷰티 패션 등 스타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K뷰티의 열풍은 K푸드 이상이다. 중소 뷰티기업들은 콜마 코스맥스 등 한국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에 맡겨 생산한 색조·기초화장품을 앞세워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주류 시장으로 영토를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1300여 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K뷰티 제품으로 경쟁력을 검증받은 제품들이다. K스타일의 세계적 확산은 숫자가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화장품·패션 수출액은 238억6400만달러(약 32조9200억원)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96억4700만달러)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K웨이브는 코로나19 시기 ‘집콕’하며 넷플릭스 K드라마를 접한 세계인들이 한국인이 먹고, 바르고, 입는 스타일에 관심을 두면서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식품·뷰티·패션 기업들이 이 트렌드에 잘 올라타면서 한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K웨이브라는 소프트파워를 키워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금의 K웨이브는 거대한 파동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해 K푸드, K뷰티, K패션을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접수한 농심, 3공장 건설 나서…대상, 2년전 김치공장 짓고 수요 대응
'개척자' 제일제당, 20개 생산기지 확보…CJ푸드빌 뚜레쥬르 "6년내 매장 1000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이달 중순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베이커리 사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CJ푸드빌은 미국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즈빌 내 약 9만㎡ 부지에 5400만달러(약 7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공장을 짓는다. 내년 하반기 이 공장이 완공되면 냉동생지, 케이크 등 베이커리 주요 제품을 연간 1억 개 넘게 생산해 미국 전역 매장에 공급한다.

K팝 등 문화 콘텐츠에서 푸드·뷰티·패션 등으로 확산하는 K웨이브가 지역적으로는 기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달구고 있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며 수요가 급격하게 늘자 국내 식품 업체가 앞다퉈 현지 생산시설 구축과 확장에 나서고 있다.
빵 종류만 300개…K베이커리 돌풍
CJ푸드빌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의 성장세가 가팔라 수출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CJ푸드빌의 미국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9% 급증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38% 늘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장 출점에도 탄력이 붙었다. CJ푸드빌은 현재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매사추세츠주 등 미국 27개 주에서 1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안헌수 CJ푸드빌 미국법인장은 “뚜레쥬르는 팬데믹 이후 재편된 미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빵집”이라며 “2030년까지 미국 내 1000호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뚜레쥬르뿐만이 아니다. 국내 1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LA를 비롯해 뉴욕, 보스턴, 플로리다, 캔자스 등에서 1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미국 매출은 3800억원에 이른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갓 구운 신선한 빵 300종 이상을 매일 아침부터 내놓는 것이 현지 베이커리와 차별화된 K베이커리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증설 나선 농심…“美서 연 10억 개 생산”
K라면 위상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최근 미국에서 라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농심은 공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2022년 완공한 2공장 추가 증설을 완료한다. 2공장 추가 증설이 끝나면 연 생산 능력이 현재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확대된다. 농심은 향후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 수요 증가에 맞춰 현지에 3공장을 신설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농심의 북미 지역 라면 매출은 2019년 2억5400만달러(약 3500억원)에서 지난해 5억3800만달러(약 7500억원)로 4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조 빌하이머 농심아메리카 클럽스토어 담당 팀장은 “코스트코에서 팔리는 라면 품목 9개 가운데 5개가 농심 제품일 정도로 농심이 미국 주류 마트의 라면 시장을 장악했다”고 강조했다.

K라면 수요가 급증한 것은 K웨이브 확산과 함께 팬데믹 이후 간편식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기존에 라면 제품은 간식으로 여겨졌다면 농심 라면은 자기만의 레시피를 활용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한 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피코 리베라에 있는 식료품 체인 슈피리어그로서스에서 만난 블랑카 아르돈도 씨(47)는 “평소 딸들과 신라면, 짜파게티를 즐겨 먹는데 각자 좋아하는 브로콜리, 새우, 달걀 등을 넣어 요리한다”고 말했다.
“미국 뚫어야 남미·유럽 시장 열려”
국내 식품 기업 중 ‘미국 시장 개척자’로 평가받는 CJ제일제당은 현지에 20개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기존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만두, 치킨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식품 회사 슈완스 인수를 계기로 공장 수가 대폭 늘었다. 대상은 2022년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에 김치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식품 업체가 미국 시장에 공들이는 것은 최근 미국이 일본과 중국을 단숨에 따돌리고 K푸드 최대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미 수출 금액은 6억1000만달러(약 85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중국과 일본은 5억7700만달러, 중국은 5억6900만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로 밀렸다. 이 기간 미국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17.8% 증가했다.

미국 현지 식품 업체 관계자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달러 이상으로 구매력이 높고, 미국을 뚫으면 남미·유럽 확대가 수월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성장 기대가 크다”며 “한류가 언제 멈출까 했던 걱정이 이제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하는 기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랜초쿠카몽가(미국 캘리포니아)=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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