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 'AI 특명'…이재용 돌아오자 최태원·구광모 미국행

입력 2024-06-25 07:00   수정 2024-06-25 07:03


인공지능(AI) 시대 활로를 찾기 위한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연달아 미국 출장길에 올라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점검과 미래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두 달여 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미국 방문 기간 중 현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이른바 빅테크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AI 및 반도체 사업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출장길 SK그룹의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지도 빅테크가 모여 있는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 파트너사 소재지 여러 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에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 등 SK그룹의 AI·반도체 관련 주요 경영진도 동행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일 대만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 만나 “인류에 도움 되는 AI 초석을 함께 만들자”며 SK의 AI 방향이 ‘사람’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AI·반도체 빅 테크 경영진들도 최근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AI를 강조하고 있어, 최 회장과 이와 관련한 여러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올해 4월 미국, 6월 대만에 이어 다시 미국을 방문해 AI 및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사진) 역시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 현지 사업장을 방문했다. 약 10개월 만에 북미 현장 경영에 나선 구 회장은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또한 '반도체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를 비롯한 AI 스타트업을 찾는 등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은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 준비 현황을 살폈다.

구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캐나다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해 AI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살폈다.

특히 20일 방문한 텐스토렌트에서 짐 켈러 CEO와 만나 AI 반도체의 트렌드와 텐스토렌트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설립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스타트업으로 IP 라이센싱(특허 기술 대여)과 고객 맞춤형 칩렛(하나의 칩에 여러개 칩을 집적하는 기술) 설계가 주요 사업 모델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세계적인 반도체 엔지니어인 켈러 CEO는 AMD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애플 아이폰 프로세서 A칩, 테슬라 자율주행칩 등을 만든 인물이다. 텐스토렌트는 지난 5월 LG전자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피규어 AI를 찾은 구 회장은 브렛 애드콕 창업자 겸 CEO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원'이 구동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2022년 설립된 피규어 AI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올해 3월 스스로 판단하는 AI 로봇 피규어 원을 공개했다.

구 회장이 이와 같이 스타트업을 방문해 AI 생태계 전반을 살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구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라고 LG 측은 전했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해 8월 북미 방문 당시에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벡터 연구소와 자나두 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핀 바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방문,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사업 모델을 만들고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는 아웃사이드-인 방식을 추진하는 시도를 격려하고 신사업 개발 추진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 클린테크 분야 사업화 추진 사례를 살폈다.

구 회장은 "신사업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결국 변함없는 성공의 키는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달려있다"며 "이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더 많은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이 LG를 찾아오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지속 발전돼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약 2주간 미국 출장을 통해 IT·AI·반도체 분야 주요기업 수장을 만나 미래 기술과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삼성 통신 사업의 최대 거래처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 등과 연쇄 회동했다.

삼성의 스마트폰·TV·가전·네트워크·메모리·파운드리 부문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AI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윈윈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도 주안점을 둔 모습이다. 특히 8번째 회동을 가진 저커버스 CEO와는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1년여 만에 미 동서를 횡단하는 장기 출장을 통해 '기술 초경쟁' 시대 협력 모델 구축에 힘을 쏟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이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하며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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