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적 폭염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의 극단적 이상고온현상으로 성지 순례 기간 13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68년 만에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폭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년에도 6월 평균기온이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고, 천둥이나 번개가 친 날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 6월에도 월간 최다 폭염 일수를 경신했다.
전 세계 기상현상으로 볼 때, 2023년과 2024년의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는 엘니뇨가 후퇴하면서 라니냐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페루 앞바다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4℃ 이상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엘니뇨를 우려하는 이유는 가뭄이나 한파, 홍수, 폭설 등 극한 기상이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 큰 피해를 입힌 엘니뇨를 돌이켜보면 인도,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 등지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수만 명이 기아로 숨졌고 경제적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엘니뇨가 동남아시아와 브라질에 심각한 가뭄 피해를 일으키며 코코아와 커피 가격 급등을 야기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톤당 1만 달러를 육박한다. 코코아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엘니뇨 등 영향으로 세계 코코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024년 코코아 생산이 2021~2022년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리브유 가격도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88달러로, 1년 전보다 80% 상승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올리브유의 40%가량을 생산하는 스페인에 최악의 가뭄이 도래하며 올리브나무의 작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라니냐 도래하며 기후 플레이션 자극…원자재 가격 출렁
하지만 이르면 2분기부터 그간 지속돼온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도래하며 기후 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전 세계에 옥수수와 대두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지인 북미에는 강추위를, 남미에는 가뭄을 유발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라니냐가 올 7~9월에 발생할 확률은 65%, 8~10월에 발생할 확률은 77%에 달한다. 라니냐의 발생은 작황에 영향을 미쳐 2024년 하반기엔 밀, 대두 등 곡물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라니냐는 곡물뿐 아니라 천연가스,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남아와 중국 남부의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반면, 동태평양 연안은 얇아진 온수층으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겨울철 북반구의 난방 수요를 자극해 천연가스 가격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천연가스가 난방 및 전력 생산에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하는 질소계 비료의 가격이 오른다. 곡물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질소계 비료의 주원료가 천연가스인데, 비료 시장의 약 70%는 질소계 비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들 비료를 사용하는 소맥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
삼성 ‘삼성 KODEX 3대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H)’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상장한 옥수수, 콩, 밀 선물가격과 연동되는 ETF로 2017년 6월 상장됐다. 삼성 ‘KODEX 콩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 투자신탁(콩-파생형)(H)’는 CBOT에 상장한 콩선물가격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ETF로, 원달러 변동에 대한 환헤지를 통해 국제 콩 가격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을 추구한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GSCI Soybeans Index Total Return 지수를 기초로 하고, 동 지수는 CBOT에 상장된 콩선물의 최근 월물로 구성되며, 2011년 상장했다.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은 S&P GSCI Agriculture Enhanced Select Index(ER)를 기초 지수로 하며, 생산량 및 거래량을 기준으로 농산물 선물에 투자하는 ETF다.
한편, 설정 금액이 작은 국내 ETF와 달리 미국에 상장된 관련 ETF의 총운용자산(AUM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베스코 DB 애그리컬처 펀드다. 코코아를 비롯해 커피, 대두, 설탕, 옥수수 등 주요 10가지 농산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VanEck Agribusiness ETF, MOO)는 전 세계 농업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음식료, 농산물, 비료·농업화학, 농업용 기계는 물론 환경·시설 서비스, 농업 서비스, 농작물 서비스, 농작물 재배 및 보호 분야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디어를 비롯해 조에티스, 코르테바, 바이엘 등이 6월 현재 편입 상위 종목이며 업종별로는 기초소비재 33%, 원자재 28%, 공산업 22% 및 기타로 구성돼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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