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이 다음달 4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후보가 총선에 출마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총선에 'AI 스티브'가 브라이튼 파빌리온(Brighton Pavilion) 선거구의 하원의원 후보 명단에 무소속 후보로 올랐다. AI 스티브는 AI업체 '뉴럴 보이스'의 회장인 스티브 엔다콧(59)이 본인의 외모와 음성을 본떠 만든 아바타다.
엔다콧 회장은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다른 정당들이 영국 국민과 얼마나 소통하지 않는지에 환멸을 느껴 나만의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기술을 활용해 유권자들의 의견과 직접 소통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브라이튼 주민들은 AI 스티브에게 24시간 언제든지 의견을 남기고 그와 함께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선거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AI 스티브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AI 스티브와 음성 및 텍스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AI 스티브는 정당의 정책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답변하며 인터넷 조사도 할 수 있다. 약 5000명의 주민은 의견을 공유하고 정책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역할을 한다. 다른 주민들은 각 정책 제안에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최소 50% 이상의 긍정 답변을 받은 정책 제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안을 채택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총선에서 AI 스티브가 의원으로 당선되면 엔다콧 회장은 AI 스티브가 수합한 주민들의 의견을 가지고 의회에 직접 출석해 표결만 하게 된다.
엔다콧 회장은 NBC뉴스에 "나는 의회에 진출하는 진짜 정치인이지만 AI 스티브라는 부조종사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며 "AI를 사용해 유권자들과 항상 대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고려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엔다콧 회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로치데일에 출마해 낙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