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플레트네프 "연주할 때는 모두 잊어요, 심지어 관객조차도"

입력 2024-06-24 18:07   수정 2024-06-25 00:27


러시아 출신 미하일 플레트네프(67)는 1978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유명 피아니스트다. ‘20세기 피아노의 거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를 두고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색다르게 비범한 인물’이라고 했고, 영국 더타임스는 ‘경이로운 비르투오시티와 놀라운 상상력을 타고났다’고 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승자인 플레트네프가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다카세키 켄 지휘)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1~4번)을 두 차례에 걸쳐 연주한다. 플레트네프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그 어떤 것도 흉내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적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를 따라 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의 색깔, 서정은 절대 따라 할 수 없으니까요. 저의 사상과 시각으로 그의 음악을 풀어내는 데 집중할 겁니다.”

플레트네프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1996년 ‘스카를라티 소나타’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두 대의 피아노 모음곡으로 편곡한 앨범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40여 년간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음악할 때만큼은 매우 엄격하다”고 했다. “음악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일 제가 할 수 있는 수준보다 두 배, 세 배 더 많은 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해왔습니다. 그래야만 조금씩이라도 실력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주로 하는 생각을 묻자, 그는 “모두 잊는다. 심지어 관중마저도 머리에서 지우려 한다”고 답했다. “전 사실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게 아닙니다.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그 시간을 더 많이 갖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붓습니다. 물론 관객은 제게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들이 몰입할수록 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죠.”

플레트네프는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지휘자로서도 세계적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1990년 창단한 러시아 최초의 민간 악단인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를 30여 년간 이끌면서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성장시키고, 2022년에는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RIO)까지 창단한 인물.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사실 거창한 목표나 계획 따윈 없어요. 앞으로도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가능한 한 길게, 여력이 되는 때까지 해나가고 싶습니다. 서 있기 힘들다면 피아노에 앉고, 앉는 것이 힘들다면 포디엄에 서는 식으로요. 단지 사람들이 제 음악에 계속 흥미를 느끼고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500번의 그래미상을 받아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음악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질 테니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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