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제했다. 지금의 상속세 과표와 세율이 정해진 2000년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이 3.5배나 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속세 평균세율이 26%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세제를 조정해야 적절하다는 논리다. 심 교수는 가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최대주주 할증(20%)에 대해서도 폐지하거나 5~10%로 차등 적용하고, 가업상속공제 요건은 연매출 5000억원 이하에서 1조원 이하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 상속세는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부자세가 아니라 ‘중산층세’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1만9944명으로 2019년(8357명)에 비해선 2.4배, 2003년(1720명)에 비해선 10배 이상 급증했다. 결정세액 역시 12조3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4.4배, 2013년 대비 9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으로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를 무는 형국이다. 지난해 대상 인원이 가장 많은 상속가액은 10억~20억원으로, 전체의 43%나 됐다. 최근 몇 년간 급증한 자산가들의 해외 이민도 가혹한 상속세제와 떼어놓고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제 개편이 거론될 때마다 ‘부자 감세’라는 해묵은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총선 승리 후 중산층 유인책으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는가 싶더니 대통령실이 ‘상속세율 30%로 인하’ 카드를 제시하자 “세수 결손이 심각한데 정부가 감세를 꺼내 들었다”며 원점 회귀하는 모습이다. 경제 규모와 세계 흐름에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상속세는 부유층만이 아니라 중산층도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세제다. 오죽하면 ‘약탈적’, ‘망국적’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상속세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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