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폭탄처럼 '펑펑'…2층 근로자 대피 못해 참사

입력 2024-06-24 17:47   수정 2024-06-25 01:25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 내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로 20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4일 오후 6시30분까지 공식 사망자는 22명이지만, 연쇄 폭발이 일어나는 리튬 배터리 화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대피하지 못한 실종자 대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31분께 화성 서신면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 폭발로 불이 나 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 등 총 30명의 사상자(오후 6시30분 기준)가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최근 수년 새 발생한 공장 화재 중 최악의 피해가 예상된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이 2층에서 작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중국인 18명, 라오스인 1명, 국적 미상 1명이다. 외국인이면서 화재 피해자들의 시신이 대부분 손상돼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차전지 공장에서 ‘연쇄 폭발’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연면적 2300여㎡ 규모의 3층 건물이다.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에 출범한 1차전지 제조사다. 상시 근로자 수는 60여 명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인력 201명과 장비 71대 등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현장 목격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화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리튬 배터리 가운데 한 개에서 폭발하듯 연소가 시작되며 급속도로 번졌다. 인근 공장 직원인 심모씨는 “오전 10시30분께 연기가 났고, 불길과 함께 큰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 2층은 가스 및 오일 시추용 비상전원, 파이프라인 점검, 시추용 측량 장비 등에 쓰이는 전지를 검수, 포장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리튬 배터리 3만5000개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에 따르면 이 공장에선 극한 저온, 고온 환경에서 쓰이는 의료용·산업용 1차전지가 제조되고, 최대 크기는 30㎝×40㎝다.

현장에는 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는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급속히 번진 불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은 엄청난 연기와 연쇄 폭발 때문에 내부 진입에 애를 먹었다. 번지던 불길은 소방이 물 대신 모래를 동원하고, 리튬 전지가 연소한 오후 3시10분께야 어느 정도 잡혔다. 소방대원들은 그제야 본격적으로 수색을 벌여 시신 20여 구를 발견했다. 시신이 발견된 2층엔 대피로가 뒤편 탈출 계단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수거를 검수하는 중에 배터리 폭발이 처음 발생했다는 진술을 받았다”며 “수색 구조가 끝나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배터리는 물로 끌 수 없고,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극히 어렵다”며 “마른모래, 팽창하는 성격이 있는 진주암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 초기 진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화재로는 4년 만에 최대 피해
이번 화재는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는 4년 만에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화재는 38명의 사망자를 낸 2020년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공사 현장 사고다. 가동되는 공장에서 벌어진 화재로는 2008년 1월 7일 이천 냉동창고 사고로 당시 40여 명이 사망했다.

행정안전부는 화재 규모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낮 12시20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 조사를 위한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을 설치했다.

리튬 전지 화재가 발생시킨 엄청난 연기와 폭발음에 인근 공장 근로자와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화성시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대기질을 측정하고, 소방수 하천 유입을 막는 등 대응에 나섰다.

오유림 기자/화성=정희원/김다빈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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