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정치권의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한은의 답변은?

입력 2024-06-26 15:20   수정 2024-06-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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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정치권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 증대
연준의 6월 FOMC 이후 채권 시장의 강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6월 FOMC에서 공개된 경제전망보고서에서는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고, 점도표를 통해 시사한 연내 기준금리 인하 예상폭(3회→1회)은 줄어들면서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컨센서스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와 둔화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국 소매판매 지표에 집중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2회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9월 또는 11월에는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국내 채권시장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 한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6월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들이 최근 안정화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3.5%)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근원 소비자 물가는 하향 안정 흐름
정치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발언이 나오게된 배경은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물가지표가 최근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발언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첫번째부터 보면 일단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락하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3.1%)과 4월(2.9%)에 이어 5월에 2.7%를 기록하면서 연속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근원(core)물가는 2% 초반으로 전체(headline)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고려하면 헤드라인 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중심으로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 확산
두번째로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부문을 살펴보면, ECB가 6월 6일에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단행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보다 앞서 3월에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는데, 지난 6월 20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로 또 인하했다. 그리고 영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인하에 투표하는 정책위원이 2명이 등장한 상황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유럽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도 점차 확산 추세에 있다는 점도 일리 있는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은도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경기 활성화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결정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어 있는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런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은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통화정책은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 물가 모두를 고려
경제학 교과서적으로 접근하자면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총수요 관리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수요 측면을 더 잘 반영하는 근원(core) 물가를 타겟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농산품과 유가는 국내 수요에 의해 가격변동이 발생한다기보다는 기후나 농산물 작황, 그리고 OPEC의 정책적 결정에 의해 가격이 변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계를 비롯한 일반 경제주체들은 일상 생활에서 농산품, 유가 등 항목을 구분해서 물가상승률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민간이 예상하는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체(headline) 물가상승률에 기반해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처럼 환율이나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국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독립적인(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은이 인식하는 대외 여건과 내수 경기에 대한 시각을 확인할 필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전체 소비자물가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아니면 근원물가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의 차이에 따라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열렸던 금통위를 복기해보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2%까지 가는데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1명은 근원물가에 집중하면서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최근 정치권의 발언들이 금통위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민생경제특위에서는 한은이 현재 대외 여건과 내수 경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정치권의 요구에 대한 한은의 공식적인 답변이 될 수도 있는 자리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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